의대증원 쐐기에 의대 교수들 '주 52시간만 근무'로 맞불
"정부 믿고 소통하자""전혀 대화하자는 행위 아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 증원규모 2000명에 대한 학교별 배정까지 마무리되면서 '원점 재논의'를 요구해 온 의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권퇴진 운동을 거론했고 교수들의 사직서 결의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미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빅5 병원과 연계된 의대(발표순. 울산대·서울대·가톨릭대·연세대·성균관대)와 고려대뿐만 아니라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일괄 제출할 지, 자유의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출할 지만 다를 뿐이다.
125명에서 200명으로 75명 늘어난 부산대는 지난 19일, 93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난 원광대는 이날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예고했다. 중앙대의료원 교수들도 이날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5일 개별적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조만간 있을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 저지를 위해 '사직서 제출'을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오는 25일은 3개월 면허정지를 앞둔 미복귀 전공의들이 의견을 소명할 수 있는 마감 기한이다. 하지만 정부는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예정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밟아나가자,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 의대생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 의대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전날(20일)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에 대해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고려대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오는 25일부터 수술과 입원·외래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하겠다"며 "4월 1일부터는 중증 응급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와 공식적인 대화 형성이 되지 않는 점에 대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들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힘이 있는 쪽이 대화를 시작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화할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 전의교협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증원이) 향후 10년간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여전히 중재자로서 정부와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정부에 제시한 중재안이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제발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 나와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 비대위도 향후 투쟁계획 등을 논의 중이다. 의협은 현재 차기 회장 선거가 진행 중이다. 새 회장이 선출되면 전열을 정비해 고강도 대정부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는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이제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에서 정부와의 대화할) 대표단이 완벽하게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고 대전협, 전의교협, 전국의대 교수비대위 등 다양한 형태의 구성체들이 있는데 이런 단체들과 적극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대화하자고 하는데 지금 나와 있는 행위들을 보면 전혀 대화하자는 행위들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비대위 그리고 대전협, 의대협은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모여서 대화할 용의를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맞섰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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