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 전설에게 그루브가 없다고?…뭘 모르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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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H기자로부터 뽀로통한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재즈 월간지에 기고한 칼럼 이야기였다.
"공연을 봤는데 재즈적인 그루브가 전혀 없더라고요. 유학 가기도 힘든 시대에 정보도 없이 한국에서 재즈를 했으니 그런 것 같아요."
"오레곤(Oregon) 같은 음악을 듣고도 그루브 타령할 거냐고." 미국식의 스윙리듬을 고의로 배제하고 인도의 전통악기, 아프리카의 리듬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민족음악을 재즈의 재료로 연주하는 오레곤은 월드뮤직을 개척한 밴드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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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쿼텟의 실험적 콘서트
색소폰으로 '태평소 사운드' 내
현대재즈 전통 넘어 진보하는데
전문가들 좁은 시야로 음악 논평
한번은 H기자로부터 뽀로통한 전화를 받았다. C신문사 문화부에서 10년 넘게 음악 기사를 담당했던 친구로, 20년 전 인터뷰한 게 인연이 돼 막역하게 지내온 사이다.
“어이 남 작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의 영향을 받았다고 썼다면서? 그게 말이 됨? 그런 식이면 민해경도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다고 쓰지?”
얼마 전 재즈 월간지에 기고한 칼럼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음악에 눈 떠갔던 자전적인 이야기였는데 그 한 부분에 ‘1960년대 미국의 록밴드인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곡 ‘In-A-Gadda-Da-Vida’를 들으면서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여기서 나왔다는 걸 알았다고 썼다. 미국에서 유행한 사이키델릭 록이 한국 가요에 영향을 준 걸 알게 됐다는, 뭐 그런 의미의 한 줄이었다.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그 글에 대해 들었다는 H기자.
H는 내가 언급한 그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어서 알고는 있었겠지만 3분가량으로 싱글 커트된 노래만 듣고 17분가량의 원곡을 듣지 못한 것이다. 롱 타임 버전에서는 곡 중간에 환각적인 느낌의 연주가 길게 이어지는데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도입부 긴 연주나 배경으로 깔리는 오르간 사운드, 베이스의 오스티나토 같은 것과 비교해서 들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며칠 전,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역시 친하게 지내는 K 음악 전문 기자와 오랜만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이었다. 안부를 주고받다가 K가 작년 11월 열린 ‘서울재즈쿼텟’ 콘서트에 관해 운을 뗐다.
“공연을 봤는데 재즈적인 그루브가 전혀 없더라고요. 유학 가기도 힘든 시대에 정보도 없이 한국에서 재즈를 했으니 그런 것 같아요.”
진짜일까. 당시 서울재즈쿼텟은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국적인 창작 재즈를 시도하겠다는 게 밴드의 지향점이었다. 국악기로 재즈를 연주하는 1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본연의 재즈 악기로 한국적인 필링을 시도한다는 콘셉트다. 예컨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태평소 사운드를 내며 즉흥으로 하는 장면이다. 공연 전 무대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고 관객들로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울재즈쿼텟의 멤버는 평생 재즈를 연주한 장인들이다. 스탠더드 재즈부터 모던재즈, 퓨전까지 모든 걸 하고 나서 도달하는 게 바로 이런 장면이다.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970년대 이후 현대재즈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진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즈라 하면 흑인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저 어두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검은 필링과 리듬, 충실한 스윙감이 본류였다. 오늘날에 와서는 세계 지역마다 특색 있는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 원래의 것을 본뜨려 하면서도 자기들만의 방법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재즈가 탄생한다. 이런 식으로 현대재즈는 모든 가능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현대’라는 개념을 남달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클래식음악과 현대음악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재즈도 마찬가지다. K기자에게 답해줬다. “오레곤(Oregon) 같은 음악을 듣고도 그루브 타령할 거냐고.” 미국식의 스윙리듬을 고의로 배제하고 인도의 전통악기, 아프리카의 리듬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민족음악을 재즈의 재료로 연주하는 오레곤은 월드뮤직을 개척한 밴드로 평가받는다. K는 대답이 없었다. 오레곤이라는 이름조차 아는지 모르는지….
남무성 재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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