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왜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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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결정적 계기는 로스쿨 재학 중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한 난민 사건이었다.
나는 살아가면서 막대한 양의 자원을 소비하고 탄소와 폐기물을 배출할 텐데, 그저 내 이익만을 위해 산다면 다른 사람과 생명들 입장에서는 태어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 기회를 얻게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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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미국변호사
공익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결정적 계기는 로스쿨 재학 중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한 난민 사건이었다. 의뢰인은 1990년대 후반 라이베리아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피난한 뒤 줄곧 미등록 상태로 고등학생 딸을 양육해온 50대 여성이었다. 본인이 경험했던 끔찍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오히려 다독여주셨던 일이 기억난다.
이 사건에 참여하면서 이민법과 난민법을 뒤늦게 공부해가며 이민법원에 제출할 진술서를 작성하고, 난민신청 진행 중에 발급 가능한 취업허가증 신청을 함께했다. 다행히 취업허가증이 바로 발급되어 의뢰인은 수십 년 만에 미등록 신세에서 벗어나게 됐다.
며칠 후 학교로 커다란 꽃다발과 감사편지가 도착했다. 취업허가증이라는 종이 한장이 의뢰인의 삶은 완전히 바꾸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생활비를 직접 벌고, 운전면허도 신청하고, 무엇보다 언제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졸업 후 몇 년 뒤에는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소식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그분과 따님의 사진을 전달받았다.
학창시절부터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인가, 무엇이 가치를 만드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살아가면서 막대한 양의 자원을 소비하고 탄소와 폐기물을 배출할 텐데, 그저 내 이익만을 위해 산다면 다른 사람과 생명들 입장에서는 태어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약간의 해답을 얻었다. 내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 기회를 얻게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그렇게 공익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로스쿨 졸업 후 2년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난민 법률지원 엔지오(NGO)에서 활동했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이들, 트라우마 탓에 진술을 어려워하는 사람 등 여러 취약성 때문에 복잡한 난민신청 절차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현지 난민 공동체를 찾아가 다양한 법률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분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얼마나 많은 특혜를 누리며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사건이 많았고 큰 도움을 못 드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함께 하는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얻는 보람이 더 컸다.
일을 하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최초 공익변호사 단체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라고 단순히 소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
지난 6개월 동안 선배 활동가들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공익소송, 입법운동, 캠페인, 교육 등 사회 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 방식과 전략에 대해 배우고 있다. 다뤄야 할 의제는 많은데 일하는 사람은 항상 부족해 금방 많은 책임이 주어졌다.
앞으로 공감에서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적용, 한국기업의 해외 인권침해 사례 대응, 이주민과 난민 권리 보호, 국경을 넘는 시민사회 간의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 사람을 넘어 모든 이가 법의 보호를 받고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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