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명확한 지시 '있었다 vs 없었다'…'채상병 사건' 3번째 재판서 공방전

허고운 기자 2024. 3.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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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 초동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의 세 번째 재판이 21일 열렸다.

이날 재판에선 박 대령의 혐의인 '기록 이첩 보류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과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 여부를 놓고 박 대령 측과 증인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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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비서실장·정훈실장 증인 출석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고 초동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의 세 번째 재판이 21일 열렸다.

이날 재판에선 박 대령의 혐의인 '기록 이첩 보류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과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 여부를 놓고 박 대령 측과 증인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에 대한 3차 공판엔 해병대의 김화동 비서실장과 이윤세 공보정훈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와 관련해 주재한 지난해 7월 31일 및 8월 1일 회의에 모두 참석한 간부다.

박 대령의 변호인은 이날 "김 사령관은 (7월 31일 회의에서 박 대령에게) 이첩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이첩 시기를 국방부와 논의해서 진행하자고 했다"라며 "보류 명령이 명확했다면 김 사령관이 8월 1일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에게 조사 결과의 국방부 조사본부 이첩을 건의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정종범 당시 부사령관으로부터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들었음에도, 이를 실행할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7월 31일 회의도 '토의 과정'이었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를 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실장과 이 실장 모두 '7월 31일 회의에서 김 사령관의 명시적인 이첩 보류 지시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들었다"라고 답했다. 이들에 따르면 회의 당시 김 사령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한 간부는 없었으며, 8월 1일 회의에서도 김 실장이 "장관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후 김 사령관은 "장관 지시대로 이첩 보류하자"라고 말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 실장은 '최초 회의에서 김 사령관의 발언이 명확하지 않았다'라는 지적엔 "지휘관의 의도는 곧 지시이고, 지휘관이 그런(이첩 보류)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라며 "군복을 입고 있는 사령부 참모로서 지휘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8월 1일 회의 이후 박 대령, 김 실장, 이 실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는데, 이 자리에서 박 대령은 "책임지고 이 사건 이첩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농담으로 이해해 "그건 아니다. 그러지 말라" 등의 대답을 했다고 김 실장과 이 실장은 전했다.

박 대령은 회의 및 저녁 식사 다음 날인 8월 2일 채모 상병 사건 관련 서류를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됐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 등이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은 물론, 이 전 장관의 지시가 부당한 외압이기 때문에 박 대령에게 항명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이날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7월 31일과 8월 1일 회의는 단순히 이첩 시기에 대한 논의가 아니었고, 이첩 내용 중 혐의자나 혐의 내용을 빼란 국방부 지시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라며 "단순히 시기를 놓고 항명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7월 30일 박 대령이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이 전 장관에게 대면 보고할 당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한 사람을 박 대령은 이 전 장관, 이 실장은 허태근 당시 정책실장으로 기억하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박 대령 측은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심문이 끝나면 이 전 장관을 1번 증인으로 신청해 재판에 참석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호주 대사직을 맡고 있는 이 전 장관은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일시 귀국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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