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공개 사과' 팬들의 아쉬움 "선수 보호 안 돼서 속상"...'지나친 비난'도 지적[오!쎈 서울]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선수 보호가 안 돼서 속상했다."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 같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친다.
현재 한국은 2전 2승(승점 6)으로 조 1위에 올라 있다. 태국은 싱가포르를 잡았지만, 중국에 패하며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다. 중국과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에서 앞서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킥오프가 3시간 넘게 남은 4시 30분 무렵부터 팬들로 북적였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많은 논란을 낳은 대표팀이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보이콧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붉은악마는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기로 택했다. 여느 때처럼 이번 태국전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거센 바람으로 체감 온도는 8도밖에 안 됐지만, 팬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인원만 100명을 훌쩍 넘겼다. 최고 스타는 역시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 등신대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도 수십 명에 달했다. "이건 안 되겠다"라며 아예 줄을 서길 포기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다음으로는 이강인 등신대 줄이 가장 길었다. 그와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팬들이 계속해서 줄을 섰다. 다만 지난 A매치만큼 인파가 몰리진 않았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전에서는 손흥민 줄보다 이강인 줄이 길기도 했으나 이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른바 '탁구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
일단 사건은 이강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는 앞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고, 지난달엔 직접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이강인과 나란히 서서 밝게 웃는 사진을 공유하며 너그럽게 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강인은 20일에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공개 사과에 나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그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다시 한번 사과를 전했다.
태국전을 찾은 23살 쌍둥이 자매 은서 씨와 현서 씨는 연신 고개 숙이는 이강인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둘은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딱 대표팀 경기가 있길래 열심히 티켓팅해서 왔다. 첫 티켓팅인데 성공해서 너무 좋았다. 대표팀 경기는 처음 직관한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지난 아시안컵부터 대표팀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는 은서 씨와 현서 씨는 각각 이강인의 PSG 유니폼과 황희찬의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고 온 모습이었다. 은서 씨는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볼 때부터 강인 선수가 딱 눈에 띄었다. 공도 안 뺏기고 공에 대한 집념이 너무 강한 게 멋있었다. 또 남자답게 생겼는데 귀엽다. 2001년생이면 우리랑 동갑이나 다름없는데 대단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은서 씨는 "이번에 안 좋은 논란이 있어서 응원하는 팬으로서 마음도 안 좋았다. 이강인 선수 열심히 응원하러 유니폼을 입고 왔다"라며 "매스컴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분명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상관없는 것까지 끌어와서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현서 씨 역시 "선수 보호가 잘 안 돼서 속상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은서 씨는 더 단단하게 성장할 이강인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파이팅 강인 선수. 영원히 추앙하겠습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