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뇌경색·출혈 진료가능"… 의료공백에 역할 커지는 2차종합병원

강민성 2024. 3.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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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한도병원에서 간호사가 병상에 누운 환자를 살피고 있다. 한도병원 제공.
한도병원 본관3층 심뇌혈관센터. 한도병원 제공.
21일 경기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한도병원에서 간호사가 병상에 누운 환자를 살피고 있다. 한도병원 제공.

의사들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대학병원의 수술 지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사고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들이 집과 가까운 동네 병원을 찾고, 뇌출혈, 뇌경색 등 중증 응급환자들이 2차 종합병원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대형병원 집중이 완화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이 의료공백을 메우면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찾은 경기 안산 단원구의 2차 종합병원 한도병원은 응급 수술환자, 신장 투석 환자 등 중증·만성질환 환자들에 대한 진료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김형근 한도병원장은 "경증 환자부터 준중증 환자까지 2차 종합병원에서 모두 커버하면서 의료체계가 자리잡아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과 복막염 수술을 비롯해 뇌출혈, 심근경색, 뇌경색 등 준중증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만성질환 중에서는 신장 투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파업으로 인해 피로도와 불안감이 급격히 높아진 환자들이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병원을 찾다가 2차 종합병원으로 왔다는 한 환자는 "생각보다 진료를 잘한다"며 "집과 가까워서 접근성이 높고 퀄리티도 높다"고 말했다. 한도병원은 진료실을 비롯해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 심뇌혈관센터 등 모든 진료가 매끄럽게 운영되고 있었다.

고대 안산병원의 전공의 90여 명이 빠져나가는 등 의료공백으로 인해 한도병원 등 2차 병원들이 뜻밖에 '수혜'를 보고 있지만 이런 구조가 장기적으로 잡아가도록 이번 기회에 틀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게 병원 측의 의견이다. 의료기관은 중증질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이보다 중증도가 낮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 및 종합병원'(2차),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1차)으로 분류된다. 이런 '의료전달체계'가 언제부턴가 대학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은 경영 위기를 맞아 도산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안산에 위치한 종합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엔 3차 병원인 고대 안산병원 외에 한도병원, 단원병원, 사랑의병원 등 종합병원이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성대영 한도병원 이사장은 "이 지역 대부분의 종합병원이 의사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개원을 하면 한달 수입이 높기 때문에 봉직의(병·의원에서 봉급을 받는 의사)를 하려는 의사들이 많지 않다. 종합병원에서는 개원의 수준은 안 되더라도 비슷하게 맞춰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병원은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인데, 그에 맞는 전문의들을 못 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비용 부담도 크다"고 덧붙였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종사자들은 전문의 확보를 위해 절대적인 의사 수가 더 필요하고, 수가(酬價·의료행위에 지불하는 대가)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병원을 유지하려면 제반 비용이 많이 드는데, 종합병원에 대한 의료질 평가를 대학병원 기준에 맞춰놓고, 실질적인 수가는 낮게 적용받다 보니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병원급의 시설을 갖추지만 유지비를 보상받을 길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도 대학병원 평가 기준에 맞춰 각종 응급수술 장비, 경력이 많은 전문의, 간호사 등을 갖추고 있다.

한도병원은 심·뇌혈관센터를 비롯해 심장내과, 인공신장센터,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병을 대비한 음압 병상 등을 갖추고 있다. 소화기내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27개의 필수의료 진료과를 모두 운영한다.

성 이사장은 "심혈관센터와 뇌혈관센터가 있고, 준중증이상까지 환자를 볼 수 있는 대학병원에 준한 병원이다. 법적으로 중환자실이 병상의 5%가 넘어야 하지만 10%가 넘는다"면서 "수술 경력과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의들이 있고 언제든지 지역주민들을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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