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당신의 칠순”… 북한 억류 선교사 가족들이 제네바에서 띄운 편지 [전문]

김예진 2024. 3.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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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의 가족들이 억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최춘길 선교사 아들 최진영씨는 통일부 납북자대책팀과 함께 제 55차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차 17∼20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엘리자베트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났다.

최씨는 살몬 보고관에게 아버지에게 쓴 편지와 또다른 억류자 김국기 선교사의 아내 김희순 씨의 편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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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의 가족들이 억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최춘길 선교사 아들 최진영씨는 통일부 납북자대책팀과 함께 제 55차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차 17∼20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엘리자베트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났다. 최씨는 살몬 보고관에게 아버지에게 쓴 편지와 또다른 억류자 김국기 선교사의 아내 김희순 씨의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최씨는 “작년 11월 말경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며 “당시에는 정말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올해 당신의 칠순”이라며 “꼭 함께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살몬 보고관은 억류 선교사 문제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억류자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씨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다음은 통일부가 공개한 편지 전문.
<최진영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운 아버지께
 
어디서부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너무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벌써 보지 못한 세월이 오래 되고 저도 이제 35살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네요.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 저편에서 흐릿합니다.
 
아버지는 제 얼굴을 알아보실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작년 11월 말경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당시에는 정말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 열악한 곳에서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지 수만 가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낮선 땅에서 고생하시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리고 아픕니다.
 
가슴이 무너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는 알게 되었네요.
 
20대 중반쯤인가, 아버지가 보고 싶어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았었습니다.
 
아버지를 찾으려고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지만 찾지를 못했었지요.
 
답답한 세월동안 아버지가 북한에 억류되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억류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매일매일 기사를 챙겨보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이렇게 아버지께 편지를 쓰니,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밀려옵니다.
 
일 때문에 집에 자주 오시지 못하셨지만 아들이 가지고 싶다는 것은 다 사주시던 아버지, 항상 좋은 거 먹이고 입히느라고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 제 기억 속에 아버지는 그런 아버지입니다.
 
이 편지가 아버지에게까지 닿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귀환을 바라는 저의 간절함이 있다면 아버지가 꼭 건강히 돌아오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버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들
 
최진영
 
<김희순 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보고 싶은 당신에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려니 눈물만 납니다.
 
당신 소식이 끊긴 지 8년이란 시간이 됐네요.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당신이 살아 계시다는 소식만이라도 확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당신이 무사히 석방되어 돌아오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외롭더라도 힘을 내세요.
 
올해 당신 칠순인데 꼭 함께 맞이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실 거라 믿으며,
 
당신 아내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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