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 오재원, 영장실질심사→구속 기로 섰다...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21일 뉴스1과 뉴시스에 따르면 오재원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오재원은 이날 오후 3시 52분경 파란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점퍼 차림으로 경찰과 대동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오재원은 "마약은 언제부터 투약했나, 선수 때도 했나" ,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탈색, 제모한 것이 맞느냐", "수면제 대리 처방받은 것도 인정하나"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 안으로 향했다.
오재원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진 건 지난 10일이다. 경찰은 당시 오재원과 함께 있던 여성의 신고를 받고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엔 오재원과 여성 모두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귀가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재원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단서를 추가로 확보했고 지난 19일 오후 신병 확보를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오재원을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 당시 오재원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장소에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은 오재원은 자신이 받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대리 처방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재원은 과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마약류 약품을 사려다 덜미가 잡혔고 병원 관계자와 함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야탑고-경희대를 졸업한 오재원은 프로 야구에서 16년 동안 활약하며 많은 야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였다. 2007년 두산에 입단해 2022시즌까지 두산 베어스의 '원클럽맨'으로 뛰었고 KBO 리그 통산 15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 팬들에겐 큰 사랑을 받았다. 두산의 세 차례 우승(2015, 2016, 2019)을 이끌었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도 찼다.
다만 경기 중 강한 승부욕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타 팀 팬들에겐 미움의 대상이었다. 2루수임에도 우익수 방면 잔디까지 나아가 타자들을 아웃시키는 플레이는 전매특허였고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약오르게 했다. 수비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상대 주자들을 현혹시켰다.
다만 은퇴 후 행보엔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두산 팬들마저도 감싸기 힘든 행동들의 연속이다.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돌연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싫어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당시 오재원은 '덴 매거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는 코리안 특급을 너무 싫어한다. 이제 일반인이니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정말 빛냈고 '코리안 특급'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창시자다. 하지만 그전에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서 그분을 응원하고 그랬던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가 한 번씩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해설할 때는 당연히 말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오재원은 "해설은 제삼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해설할 때 청취자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해설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저 수비 정말 아쉬웠다', '저 타격은 매우 아쉬웠다' 이런 말은 되게 하기 쉽다. 또 '내가 봤을 때...' 이런 식의 말들은 자기가 본 것일 뿐이다. 그런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으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그게 이미지가 돼 버린다. 그런 게 정말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해설위원으로서의 자세를 언급하던 오재원은 이후에도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6월 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NC에서 지원한 기부금으로 야구를 하는 학생이 시구를 하자 "두산이나 LG 쪽으로 갔으면 한다"고 경솔한 발언을 했다. '박찬호 논란'을 산지 한 달 만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황당했고 오재원은 다음날 중계를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24일SSG 최정을 향한 삼성 투수 양창섭의 사구를 두고 "이건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면서 "지고 있는 상황에, 이건 사과할 필요도 없다. 던지자마자, (아니) 전부터 이상했다. 제가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대놓고 때린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후 둘은 SNS를 통해 묘한 신경전을 펼쳤고 오재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며 비판에 직면했다. 후배를 향해 인스타 라이브에서 막말을 한 것. 이후 후폭풍은 훨씬 거셌고 오재원은 결국 자신이 직접 스포티비와 해설위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재원은 "이제 모든 비하인드를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 같아, 저한테는 이제야 모든 것이 재시작"이라며 "조회수를 위해 없는 또는 지어낸 또는 만들어낸 모든 분께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몇 년 혹은 몇 달 그리고 덩달아 악플을 보내신 분들도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그동안 부족한 야구 해설을 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그 누구도 그를 두둔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나아가 이날 구속이 결정된다면 오재원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 있다. 국가대표로서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오재원의 은퇴 후 초라한 행보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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