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필수의료 당근에도 … 의사·의대생 "그냥 누우면 돼"
지방 의과대학생 정착 위해
지역 전공의 비율 늘리기로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
지역인재전형 60%로 확대
의사 커뮤니티 '막말' 쏟아져
의대교수 사직 급증 전망도
◆ 의사 파업 ◆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배분까지 마치며 증원 논란과 관련된 퇴로를 차단하자 의료계 내에서도 엇갈린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냥 하던 대로 누우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자기들이 이겼다고 온갖 언플(여론몰이)을 하고 '이제 돌아와라' 할 텐데 무시하면 된다"며 "이렇게 또 한 주가 지나면 조선인들은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된다"고 했다. 역대 정부의 의료 개혁이 의료계 반발에 번번이 좌초됐던 것을 예로 들면서 파업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이다. 메디스태프는 의사나 의대생이 면허증 등으로 인증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의대 교수들의 반발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25일을 기점으로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의대 교수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가게 만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1일 성명을 통해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를 필수·지역·공공의료로 배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사단체, 의료기관 노사, 환자단체가 참가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참여연대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의사의 '수도권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비수도권 의대생의 지역 정착을 이끄는 유인책을 발표했다. 27년 만에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의 80% 이상을 비수도권에 집중 배정한 상황에서 지역 인재가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수련받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지원 체계를 완성한다는 취지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배정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지역 의료를 강화하고 지역 거점 병원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지역 중심의 의사 증원 정책과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무너져가는 지역 의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학 입시 단계에서 현행 40%인 의대 지역 인재 전형을 60% 이상으로 확대한다. 지역에서 공부한 의대생들이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도록 수련 체계도 개편한다. 늘어난 비수도권 입학 정원에 맞춰 지방의 전공의 비율도 높인다. 의사들이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인 체계도 강화한다. 현재 1700명인 국립대병원 전임교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늘려 임상·연구·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도 서두른다. 의대생이 대학, 지방자치단체와 3자 계약을 맺어 장학금과 수련 비용, 정주 여건을 지원받는 대신 지역에서 장기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형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신설로 의사 인력이 결국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내놓은 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통해 의료기관의 과도한 병상 신설이나 증설을 시도지사가 허가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을 향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선 다음주부터 원칙대로 (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해 나갈 것"이라며 압박하는 동시에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회유에 나섰다. 박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진행된 '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올해 2월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전공의법이 개정된 만큼 상반기 내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공의 근무시간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수련 보조 수당 확대와 더불어 전공의 권익 보호 전담 창구 신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내 전공의 참여 확대 등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김지희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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