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의협 미션엔 왜 환자가 없나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3.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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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깊이 감동한 영화가 있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이다.

하지만 의협 미션에는 '환자'가 빠져 있었다.

의협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대한의사협회'를 비전으로 정했는데, 환자가 빠진 미션으로는 쉽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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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깊이 감동한 영화가 있다.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이다.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그들을 노예로 만들려는 침략자에 맞서는 선교사 얘기다. 그가 십자가를 들고 포탄이 쏟아지는 길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울었다. 선교사가 목숨을 버린 이유는 원주민을 지키는 게 그의 미션(mission), 즉 사명이고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미션은 종교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과 단체 역시 자기 조직의 존재 이유, 즉 미션을 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션은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 유니세프의 미션은 '아동의 권리 보호를 옹호하고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조직은 이 같은 미션을 일깨움으로써 공익에 반하는 사적 이익 추구를 억제한다. 구글의 신조를 빌리자면 '악해지지 않는 것(Don't be evil)'이다.

문득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미션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의협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회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원이 주인인, 정치적 역량 강화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하는, 의사의 사회적 위상 강화·미래 의료를 선도하는 대한의사협회."

솔직히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는 게 의사의 존재 이유 아니던가. 그 역할이 없다면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의협 미션에는 '환자'가 빠져 있었다. 대신 '회원 권익 보호'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자기 이익 추구를 최우선하겠다고 선언한 미션을 본 기억이 없다. 의협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대한의사협회'를 비전으로 정했는데, 환자가 빠진 미션으로는 쉽지 않을 듯싶다. 과거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최고경영자가 의회에서 "GM에 좋으면 미국에도 좋다"고 주장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의협 역시 '의사에게 좋으면 국민에게도 좋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인가.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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