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원희룡·남경필처럼’ 대통령과 거리두기 하는 여당 후보들[여의도앨리스]
4·10 총선에서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 격전지에 나선 여당 후보들이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귀국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발 악재로 인해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와 백중세 혹은 열세로 나온 후보들이 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여당 내 건강한 견제 세력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해 중도층 표를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치가 늦어지면서 민심의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오늘 귀국한) 이종섭 대사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의대 정원을 한 번에 2000명 늘리지 않고 단계적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발언도 하는 등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사가)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은 지난 19일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부터 시작해 즉각적인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요구해야 한다”고 썼다. 이날도 SBS라디오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김두관 의원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중량급 정치인을 상대하고 있다. 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당내에서 친윤석열계 색채가 덜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한국갤럽 기준 30%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중도층 표심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수록 중도층은 야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 당에서 수도권에 당선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남경필 전 경기지사처럼 합리적인 ‘여당 내 야당’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이 대사 임명과 출국 이슈는 여당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해 ‘대통령과 거리두기’ 전략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인 김은혜 후보(경기 성남분당을)와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의원(경기 하남갑)마저 이 대사의 자진 귀국을 촉구했을 정도다.
수도권에서 열세인 후보들 중에는 반대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사들도 눈에 띈다. 많은 후보들이 이 대사 귀국과 사퇴를 촉구하는 중에도 침묵하거나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고 역공을 펴는 것이다. 이들을 두고는 만약 총선에서 낙선하면 장관이나 기관장 등 공직을 받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보험’을 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히 당의 요구를 받고 험지로 지역구를 옮긴 분들은 낙선했을 때 희생의 대가로 공직을 생각할텐데,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 눈 밖에 나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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