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관왕 '패스트 라이브즈' 韓서 맥 못추는 이유 [MD무비]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통 힘을 못 쓰고 있다.
개봉 15일 차인 20일 기준 '패스트 라이브즈'는 9.6만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6위.
전 세계 영화제 77관왕, 218 노미네이트를 차지한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기생충' '미나리' 등 작품이 해외 수상과 더불어 국내 대중성까지 잡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보는 운명적 이틀을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지난해 1월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현지의 극찬을 받으며 '올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제58회 전미 비평가 협회 시상식 최고 영예인 작품상, 제33회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미국 독립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국내 관람객들은 "연출과 연기가 엉성하다" "주연 배우의 한국어 발음이 몰입을 깬다" "한국인에게는 식상한 소재"라며 혹평을 남겼다.
시네라처 문화콘텐츠 연구소장 황영미 평론가는 작품에 대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디아스포라 버전으로 봤다"며 "추억을 소환하고 첫사랑을 소환하는 이야기다. 거기에 디아스포라적 요소가 들어갔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만큼 색다른 그림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상투적인 자유의 여신상, 브루클린 브릿지 등이 등장해 매력이 반감됐다"고 평했다.
이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적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고 공감 가는 문제다. 인도에서 온 사람은 인도를 생각할 테고, 각자의 상황을 대입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디아스포라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주제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게 흥행 실패의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의 만듦새를 지적하며 "배우들의 한국어 발음이 어색하다는 걸 외국에서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거슬리는 포인트다. 또 셀린 송 감독이 만든 느린 분위기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화면이 정지하다시피 느린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외국 관람객은 비교적 여유로운 호흡을 기다려주고 몰입할 수 있다면, 한국 관람객의 경우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이 영화 꼭 보라'고 권장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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