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학술지 논란 스위스 MDPI “오픈액세스는 학술 출판의 대세...미흡했던 점 보완할 것”
부실·약탈적 학술지·논문 공장 논란에 해명 내놔
“오픈액세스는 과학계 흐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것”
부실학술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스위스 학술 출판사 ‘MDPI’가 일부 논문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논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으며 논란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스테판 토체프 MDPI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인글로벌 세미나룸에서 열린 오픈세미나에서 “MDPI의 학술지가 부실 논문을 양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 논문 데이터베이스(DB)에 우리 학술지가 다수 등재된 만큼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부족하다는 기준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해명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MDPI는 1996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학술 출판사로 최근 ‘오픈액세스’ 트랜드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오픈액세스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기 위해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구독하는 ‘구독형’ 모델과 반대로 논문 저자가 게재료를 내는 대신 사용자가 무료로 논문을 볼 수 있게 하는 출판 모델이다. 연구 결과를 과학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학술 출판계에서 주목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오픈액세스는 ‘약탈적 학술지’ 논란도 함께 일으켰다.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내는 게재료를 받는 만큼 상업성이 강하고, 엄격한 심사 없이 게재료만 내더라도 논문을 출판해주는 일부 사례가 발견되면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경계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MDPI의 학술지 중 하나인 ‘수학(Mathmatics)’는 2021년 논문 발표를 위해 MDPI에서 출판한 논문을 이용하라고 권고하면서 약탈적 학술지로 분류되기도 했다.
당시 논란에 대해 토체프 CEO는 “국제 학술지 ‘수학’은 학술적으로는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사람이 하는 부분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자정 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지숙 MDPI 과학전문위원회 선임편집위원도 “해외 수학계에서는 당시 논란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대한수학회와 오해를 풀기 위해 접촉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점은 받아들이고 학술 윤리 기구를 통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OS)’에서 일부 등재가 취소된 학술지에 대해서도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절차 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쥴리아 스테페넬리 MDPI 과학전문위원회 총괄팀장은 “WOS 등재 취소는 일부 논문이 학술지에서 원래 다뤄야 하는 주제에서 벗어나 받은 처분”이라며 “인공지능(AI)과 전문가 검토를 통해 재발 방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MDPI는 특별호를 통해 논문을 자주 찍어낸다는 ‘논문 공장’ 논란, 짧은 검토 기간에 따른 ‘부실 논문’ 논란을 비롯해 숱한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픈액세스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논문 발행 규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토체프 CEO는 “2023년 MDPI 전체 학술지에 제출된 논문 수는 직전 해에 비해 8.5% 증가했고, 연구자들의 만족도도 전통적인 학술지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특히 논문 검토 시간을 41~42일로 줄여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학술지에서는 연구자들이 하는 논문 배분, 검토자 초청 등의 단순 업무를 내부 행정 직원이 맡는 방식”이라며 “리뷰어들은 과학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액세스가 연구 윤리와 관련해 많은 논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논문 출판 업계에서 오픈액세스로의 전환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토체프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오픈액세스를 통해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공유됐고, 정책 결정자들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연구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속도감 있게 공유되고, 자원들의 낭비를 줄여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페넬리 팀장도 “과학 연구는 대부분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는 만큼 대중에게 즉시 공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나오고 있다”며 “오픈액세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부 관계자들이나 과학자들을 만나 설명하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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