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대표 "1등은 전략아냐…럭셔리브랜드 입지 강화할것"
"한국, 혁신·변화 빠르게 일어나는 매력적인 시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에서 수입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한국은 벤츠의 4대 시장으로, 중형 세단 E클래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다. 또 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2위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벤츠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경쟁사인 BMW에 밀리면서 8년 만에 수입차 최강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20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국내 언론과 한 첫 인터뷰에서 "1등이 되는 것은 벤츠 코리아의 전략이 아니다"라며 "1등이 되면 기쁘게 수용하겠지만, 1등이 우리 목표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이틀 대표는 지난해 9월 부임했다.
이어 "벤츠가 집중하는 것은 고객들이 훌륭한 브랜드 경험을 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자체만으로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벤츠의 전략은 올해 신차 출시계획에서도 드러난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마이바흐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와 G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을 국내에 소개한다. 마이바흐는 올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옛 SM엔터테인먼트 사옥 부지에 세계 최초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 센터'도 연다.
바이틀 대표는 이와 관련, "한국 고객들은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고, 품질을 중시한다. 이런 점이 벤츠가 표방하는 가치와 잘 들어맞는다"며 "그렇다고 벤츠가 소형이나 콤팩트 차량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상위 모델에 집중하면 하위 모델도 전반적으로 우수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콤팩트·소형 모델에서부터 최상위 모델까지 동일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벤츠 코리아는 수입사가 직접 판매에 나서는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Retail of the Future)라는 새로운 유통방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독일 본사나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벤츠 코리아가 수입해 도매로 넘기면 딜러가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RoF의 직판 방식이 도입되면 벤츠 코리아는 수입 후 딜러와 함께 판매를 맡게 된다.
딜러는 오프라인 매장의 물량을 팔게 되는데 판매에 따른 수익 정산 비율 등은 현재 딜러사들과 논의 중이다.
바이틀 대표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하고, 서비스받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고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벤츠의 전략이고, RoF는 고객 경험을 통합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체제 아래서 딜러는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고, 행정적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고객은 차량 전체를 온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합리적 가격을 제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oF 추진에 있어 바이틀 대표는 최적의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2005년 벤츠에 입사해 판매와 딜러 네트워크, 애프터서비스 분야에서 일했고, 2020년부터 벤츠의 디지털 서비스와 커넥티드 서비스(메르세데스 미), 이커머스 부문을 총괄했다.
한국이 4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벤츠 코리아 대표는 본사 승진에 있어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고 한다. 전임 토마스 클라인 대표가 한국을 거쳐 본사 승용차 부문 제품 관리·판매 총괄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틀 대표는 "'디젤 시장'이라고 불렸던 한국이 어느 순간 디젤 판매량은 급감하고,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그만큼 한국은 혁신과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며 "벤츠 코리아 대표가 본사에서 선별해서 오는 자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이 주춤하지만 벤츠는 전동화 전환이 빠른 브랜드 중 하나다. 다만 한국에서는 전기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충전 분야에서 경쟁사인 BMW보다 투자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는 것"이라면서 "벤츠는 우리 고객이 전용 충전소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고, 한국에서는 올해부터 이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다"며 "다시 말해 자체 충전망도 있지만 타사 충전소들과도 완벽하게 원활한 통합을 추구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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