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대한민국 독자 핵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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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추진하기 시작한 건 1969년 미국이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75년까지 주한미군을 완전 철수한다는 입장을 당시 박정희 정부에 통보하면서다.
하지만 그 후에도 우리의 핵무장 기술개발은 극비리에 계속됐고, 박 대통령 서거 1년 전인 78년엔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하는 등 양국 간 긴장도 빚어진 흔적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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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우리나라 독자 핵무장 시도를 번번이 무산시킨 건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추진하기 시작한 건 1969년 미국이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75년까지 주한미군을 완전 철수한다는 입장을 당시 박정희 정부에 통보하면서다. 닉슨독트린은 베트남전 개입으로 막대한 정치ㆍ경제적 부담에 시달린 미국이, 더 이상 아시아 우방국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한 데 이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추진한 거다.
▦ 고 김종필씨는 당시 박 대통령이 “미군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핵무기를 연구해 보자. 미국이 방해해 바로 못 만들면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도 갖춰 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의 의지로 7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와 핵 재처리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캐나다로부터 플루토늄 추출용 원자로 도입이 추진됐다. 또 미국의 나이키-허큘러스 미사일을 도입해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까지 마련돼 핵무장을 목전에 두게 됐다.
▦ 그러자 미국은 강력 반대하며 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종용했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까지 거론하며 결국 핵무장 추진을 중지시켰다. 하지만 그 후에도 우리의 핵무장 기술개발은 극비리에 계속됐고, 박 대통령 서거 1년 전인 78년엔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하는 등 양국 간 긴장도 빚어진 흔적이 짙다. 이후 전두환 정권이 쿠데타 집권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얻기 위해 그간의 핵무장 추진 내용 일체를 미국에 보고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 하지만 그 시기 이래 지금까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핵무기 기술은 계속 진전됐다. 지금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투발수단을 포함한 핵무장 능력 대부분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엊그제 “차기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하면 미군 철수 가능성은 물론, 한국의 독자 핵무장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격동하는 안팎의 정세 변화가 우리를 독자 핵무장으로 향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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