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그림자 담은 비장한 선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 EMK

순수한 혁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시대가 요청하는 혁명에도 정의로운 명분 뒤에는 권모술수가 발호한다. 혁명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스며들어서다.

"인간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 있어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렇게 존속한다."(1789년 프랑스 인권 선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가 프랑스혁명을 거치며 악녀로 매도되는 과정을 그리며 혁명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뮤지컬은 정치적 기회주의자들이 혁명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는 과정을 그린다. 정권을 노리는 오를레앙 공작은 거리의 시인 자크 에베르를 시켜 왕비를 비방하는 소문과 노래를 만들고, 신문을 이용해 군중을 선동한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낙원을 꿈꾸게 해.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분노, 증오, 저주, 피 냄새를 맡게 해. 이게 바로 세상을 지배하는 법."

궁전에서 나고 자라 서민의 삶을 알지 못하지만 프랑스 국민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던 앙투아네트는 오를레앙 일당의 선동으로 악녀로 전락한다. 값비싼 목걸이를 구매해 국고를 탕진했고, 음란한 행실로 나라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오명을 쓰며 민심을 잃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의 베르사유 궁전과 파리 마레 지구를 시시각각 변화하는 360도 회전 무대로 표현했다. 로코코 시대를 재현한 250벌의 화려한 드레스와 다채로운 가발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베스' 등을 함께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이후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공연은 5월 26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