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역 의대에도 정원↑ 의료격차해소 가능할까

김원진·김향미 기자 2024. 3. 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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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을 발표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무늬만 지역 의대’에 증원분을 배정한 것을 두고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밖에 학교를 뒀지만 교육이나 실습은 서울의 협력병원에서 진행하는 지역 사립대가 많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의 지역 안착을 유도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보면 국립대를 제외하고 경기·인천 지역과 비수도권 사립대에서는 1194명이 늘어난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에서 764명이 증원됐다. 사립대 전체 증원 규모의 64%다. 울산대와 성균관대(수원)는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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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단체에선 ‘무늬만 지역 의대’에 정원을 배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국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4~2023년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9067명(46.7%)은 수도권에서 수련을 했다.

울산대가 대표적이다. 울산대는 서울 송파구에 서울아산병원을 협력병원으로 뒀다. 울산대는 예과 1학년을 마친 뒤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1년만 울산에서 지내고 나머지 5년을 서울에서 보낸다.

건국대도 충북 충주에 병원이 있지만, 교육·실습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도 교육·실습은 서울삼성병원·강북삼성병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대는 병원 옆에서 실습을 해야 졸업생들이 학교가 있는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상당수 지역 사립대 의대는 서울에 병원을 짓고 집중 투자하면서 수련병원으로 이용했다”고 했다.

지역 사립대 의대는 수도권 병원 내에 미인가 교육시설을 두고 이론강의 등을 시행해왔다. 2022년까지 울산대를 비롯해 성균관대·카톨릭관동대(강원)·건국대(충주)·동국대(경주)·한림대(춘천)·순천향대(아산)는 서울 등 수도권의 협력병원에 미인가 교육시설을 설치해 운영했다. 교육부가 2021년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대다수 대학은 과목명 변경 등을 통해 규정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미인가 교육시설 이용을 이어갔다. 최근에야 일부 대학이 시설 개선에 나섰다. 울산대 관계자는 “울산대병원 옆에 기부채납을 받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내년부터 의대 교육용 시설로 쓸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사립대 의대생의 수도권 교육·실습은 졸업 후 근무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공개한 ‘의대 졸업자 중 대학 소재 시도 근무 비율’을 보면 1974~2020년 울산대 의대 졸업생 중 8.5%만 울산에서 근무했다. 울산은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1.6명으로 전국 평균(2.12명)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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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협력병원을 통해 ‘편법’ 교육을 하는 지역 의대에 정원을 늘린 것은 교육부가 밝힌 원칙과도 배치된다. 지역에 기여하지 않은 대학에는 증원한 의대 정원을 배분하지 않다는 게 정부 기본 원칙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에서 “일부 사립대학은 학생들이 수도권에서 실습을 하는 등 지역의료 여건 개선 기여도가 높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역경험이 지역 근무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인 점을 감안해 정원 배정을 했다고도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1일 “(지역 의대의) 수도권 분원 (추가) 설치는 무분별하게 설치되지 않도록 입법으로 제대로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또 “(비수도권에서 수련하는) 과정을 정부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가 비수도권 의대의 서울 협력병원 ‘편법’ 운영을 수십년간 묵인해온 데다, 법적 제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 확대 외에 지역에 의사를 정착시킬 정책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시장을 제어하지 않고, 공공병원을 지역 곳곳에 확충해 지역에서 일할 공공의사를 책임지고 양성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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