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성과급 전쟁' 대신 '배터리 전쟁' 힘모을 때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성과급을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노사 갈등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과급 규모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직원들을 상대로 지난해 성과에 기반한 성과급 규모를 공지했다. 올해 평균 성과급은 기본급(연봉÷20)의 362%로 전년(기본급의 870%)보다 대폭 줄었다.
사상 최대 실적과 성과급 사이의 괴리에 일부 직원들은 익명으로 전광판 트럭을 동원해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일대는 물론 이달 초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에서까지 성과급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이익공유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33조7455억 원, 영업이익 2조1632억 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1조6380억 원으로 무려 110.1% 늘었다.
다만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6770억 원이 반영됐기에 가능했다. 미국 정부 지갑에서 받아낸 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조4862억 원에 그친다. 고객사인 완성차 기업들이 AMPC 공유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미 대선에 따른 IRA 제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향후 세액공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배터리 업계는 본격적인 전기차 캐즘(신제품 대중화 이전 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안방을 넘어 해외로 발을 뻗으면서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선두인 중국 CATL의 매출 3분의 1은 이미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배터리 시장 파이가 작아진 상황에서 기술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재 K-배터리의 위상을 유지하리란 보장이 없다. 국내 경쟁사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북미 투자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도 전날(20일)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 요구가 나오자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우선"이라며 투자 우선을 내세웠다.
중국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만 약 11조 원을 설비투자에 활용,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주 배당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회사의 경쟁력을 잃게 할 우려가 크다. 너무 자주 쓰는 말이긴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모두가 불행할 뿐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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