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1국조"...귀국한 이종섭 물고 '정권심판' 기름붓는 민주당

차현아 기자 2024. 3. 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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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고 정치권으로부터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동취재) 2024.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도피성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 일시 귀국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와 대통령실을 향한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사를 즉각 해임하고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특검), 이종섭 대사의 출국 논란에 대한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1국조'를 실시해 의혹 진상을 밝히자는 주장이다. 이 대사의 귀국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총선까지 끌고가 '정권심판론'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해임하고 고위공직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에 대해 출국 금지한 후 단계적이고 철저하게 모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가 어떻게 외압으로 좌절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라고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이 대사의 귀국 시간에 맞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과 민주당 주도의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선대위와 함께 인천공항을 찾아 이 대사의 해임과 즉각 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이종섭 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졌던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닉슨 대통령이 타격을 받은 건 도청을 하려고 했던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던 이후의 시도 때문이었다"며 "최근 대통령실이 보여주는 모습이 당시 모습과 유사해보인다"고도 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1. photo@newsis.com /사진=류현주


국민의힘은 이 대사의 조기 귀국으로 '급한 불은 껐다'며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이 대사의 귀국을 놓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은 2차 '윤·한 갈등'이라 불릴 정도로 크게 충돌했는데 빠른 여론 수습을 위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대통령실이 사실상 수용하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최소한 총선 전까지는 당정갈등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도피' 문제가 해소된 상황에서 이 대사 논란이 계속 여론의 관심을 받을지가 변수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회칼 논란이 불거진) 황상무 수석의 사퇴에 이어 이종섭 대사의 귀국으로 어느 정도 수습되고 위기감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선 전에 '채상병 국정조사·특검, 이종섭 특검' 등 소위 '쌍특검·1국조'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 대사 논란과 채상병 사망사고 의혹으로 총선 직전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민주당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조사와 특검 두 가지 모두 추진한다. 특검법이 본회의 통과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되더라도 국정조사라는 카드는 살려놓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국정조사의 경우 여야 합의만으로도 진행할 수 있어 여당의 결단을 압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진짜 진상규명 의지가 있다면 국조를 결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선 전 본회의에 의원 전원이 참석해 '쌍특검 1국조'를 처리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손톱만큼이라도 국민을 존중하고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쌍특검 1국조에 대해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말대로 귀국했으니 해결됐다고 보는 국민이 있겠나"라며 "한 위원장도 (특검 처리와 국정조사에 협조해) 빨리 그 늪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만약 귀국 후에도 이 대사에 대해 (해임 등) 별다른 조치가 없고 총선 때까지 국내에 남아있는다면 언제든 총선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들도 '꼼수 귀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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