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업무 전가, 강제 휴가" 간호사가 말하는 의료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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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형병원 간호사들이 드레싱, 동의서, 채혈 등 기존 의사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데다 의료진 축소에 따른 병동 통합·폐쇄로 타 병동으로 재배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정 사무장은 "교육 및 훈련, 적응 기간이 필요함에도 경험 없는 이들을 전담간호사로 전보 배치해 의사 업무인 침습적 시술 동의서 받기, 상처 드레싱 등을 지시하고 있다"며 "정부 지침 사업에는 간호사에게 강제할 수 없다고 명시됐지만, 현장에서는 경영진 및 간호부 압박으로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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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교육·훈련도 없이 의사 일 전가"
'장학금 주고 지역 근무' 제도 지원율 50%
"시장주의적 방식 실패... 공공성 강화해야"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형병원 간호사들이 드레싱, 동의서, 채혈 등 기존 의사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데다 의료진 축소에 따른 병동 통합·폐쇄로 타 병동으로 재배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지금 같은 의대 증원 방식이라면 정부와 의사 집단 중 누가 이기든 피해는 국민과 환자가 보게 된다"며 의료 공공성 확충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사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 된다'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노조 자체 취합 결과, 서울대·강원대·충북대·제주대 등 전국 10개 대형병원에서 29개 병동이 통합·폐쇄됐다. 해당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400여 명은 연차 소진을 강요받거나, 무급휴가 신청을 반강제로 권유받는 상황이라는 게 현장 전언이다.
정부가 의료 공백 대응 차원에서 간호사가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자격으로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두고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유지 강원대병원분회 사무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의사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은 높은 피로도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본인의 행위로 인한 문제 발생, 법적 책임 우려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무장은 "교육 및 훈련, 적응 기간이 필요함에도 경험 없는 이들을 전담간호사로 전보 배치해 의사 업무인 침습적 시술 동의서 받기, 상처 드레싱 등을 지시하고 있다"며 "정부 지침 사업에는 간호사에게 강제할 수 없다고 명시됐지만, 현장에서는 경영진 및 간호부 압박으로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병원마다 제각각인 전문·전담·일반 간호사의 업무 기준을 통일하고, 교육 기간·교육자 선정 등을 통해 법적 보호 장치 내에서 시범사업을 운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공의 이탈 여파로 통합·폐쇄된 병동 간호사들은 사실상 '강제 무급휴가'를 가거나, '타 병동 재배치'로 손에 익지 않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무급휴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생전 배우지도 못한 다른 병동에 가서 어디에 무슨 의료물품이 있는지도 교육받지 못한 채 사고 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남은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업무 강도는 매우 증가하고 교수가 못 하는 잡일을 처리해야 해 간호사들은 탈진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이상윤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현재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필수의료 부족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인력 수급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공공의사 양성과 공공병원 확대가 병행돼야만 국민을 위한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역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내놓은 '계약형 필수의사제' 등에 대해 이 정책위원은 "(지역·필수의료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는 시장주의적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에 대한 안정적 인력 공급을 위해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기존 '공중보건 장학제도'도 정원 대비 지원율이 50%에 불과한 상황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만으로는 의료 공백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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