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이강인이 직접 사태를 수습할 때...책임져야 할 정몽규 회장과 협회는 무책임하게 방관했다

[스포탈코리아] 이성민 기자= 손흥민과 이강인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발생했던 갈등 논란을 수습하는 동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에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은 대회 후 드러났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요르단과 준결승을 앞두고 저녁 식사 중 논쟁이 발생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몇몇 젊은 선수들이 빨리 식사를 하고 탁구를 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손흥민이 그들에게 앉으라고 이야기했다. 몇 초 만에 선수들이 식사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싸움이 일어났다”라고 알렸다.

이때 불을 지핀 건 KFA였다. KFA는 이례적으로 갈등을 인정했다. KFA의 말 한 마디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강인은 축구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강인이 SNS를 통해 1차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강인은 시즌 도중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이강인은 지난 21일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SNS에 게재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의 사과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SNS를 통해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나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강인은 3월 A매치를 위해 입국한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강인은 훈련 시작 직전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아시안컵 기간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는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강인은 “이번 기회로 많이 배웠고 모든 분의 쓴소리가 큰 도움이 됐고 반성도 많이 했다. 앞으로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 팀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될 테니 한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도 이강인을 감쌌다. 그는 태국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에 대해 “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도 잘 받아줬다. 강인이가 사과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자세를 보여줬다”라고 답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직접 갈등 봉합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동안 정몽규 회장이 수장인 KFA는 이를 방관하고 있었다. 애초에 라커룸 내에서 끝나야 했을 사안을 수면 위로 드러낸 장본인이 협회다. 이강인이 외풍을 맞을 때 그들은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강인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태를 키운 정몽규 회장과 KFA에 있다.

KFA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대표팀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다. KFA가 이 기본적인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선수들 사이에서 KFA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태극 마크는 명예가 아닌 부담이 된다. 이번 이강인의 공개 입장 표명은 KFA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