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넷’ 스토리텔링, 경리단길에 쏟아진다…스테판 비르헤네더 개인전[전시]
경리단길로 올라서다 샛길(회나무로)로 빠지면 얼마 가지 않아 맞서는 이호갤러리. 이번엔 독일 스테판 비르헤네더(Stefan Bircheneder) 개인전이 오는 4월 13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전시된 바 있어 기회를 놓쳤다면 스테판 작가의 극사실주의가 사물함(캐비넷)을 통해 상상과 현실을 어떻게 오가는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원래 복원 영역에서 회화에 관심을 갖고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캐비넷의 본 역할로만 규정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여닫는 구조를 통해 사물을 보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호갤러리 한층 한층을 오르다 보면 여기가 이태원의 한 골목길 담장을 낙서와 그래피티로 단장한 곳인지 하는 착각도 든다(작품명 Hab&Gut Collab CURT).
또 벌거벗은 남자를 만나면 낙원에서 추방된 것인지 관람객 각각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캐비넷은 극사실주의로 캔버스에 존재하지만 실제 사물함의 착각을 유도한다. 인지의 한계는 곧 인간의 한계임을 보여준다.
캐비닛의 본 역할로만 규정하는 고정관념을 이호갤러리에서 깨볼수 있을까.
이전 시대의 거장 스타일의 고전적인 정물을 패러디한 작품(작품명 툴보드)에서 드라이버에 비춰지는 황금빛 반사는 일상 속 숨겨진 아름다움에 무관심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열리지 않는 4면의 캐비넷(작품명 Monument)에선 개인의 사적영역과 노동자들을 생각케 한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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