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쐐기'에 의대교수들 집단 사직서 제출 규모 커지나(종합)
대학·지자체 "교육 준비 박차"…의대생·전공의 '요지부동'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2천명 증원에 쐐기를 박자 대학들은 반색하는 반면 교수들과 의사회 등은 사직서 제출 결의 등 집단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에 동참키로 하는 의대 교수 규모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최악의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붙은'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경기도의사회는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21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증원 방침은 지역 의료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강력히 투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는 23일 오후 3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경기도의사회관에서 도내 31개 시·군 의사회장단 및 대표자가 모이는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침과 투쟁 계획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인천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대 사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한다.
인천시의사회 관계자는 "시기상 후속 대응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며 "현재까지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방향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의사회도 정부가 의료 붕괴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도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증원은 우리나라 건강 보험제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낮은 필수 의료 수가를 외면한 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규모를 더욱 키워 정부의 증원 발표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계명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에 대한 동의를 한 번 더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자체 의견 조사를 통해 87%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오는 27일까지 사직서를 우선 취합한 후 제출 시기 등을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대전 건양대 비대위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방식과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건양대 비대위는 사직서를 내더라도 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어간다는 입장이었지만, 전날 정부의 증원 확정 발표 이후 일각에서 진료 축소 등의 방식을 통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주의대 교수평의회는 지난 18일 전체 교수 75.3%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이번 정부 발표 이후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계획대로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원광대 의대 및 원광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 "교수들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정부의 의료정책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정부가 망가트리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살리기 위해 사직서 제출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대위는 "25일 사직서를 내더라도 힘이 다해 쓰러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지역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 여부를 놓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사직서 제출에 대한 설문조사를 마무리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집단 사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못박은데 이어 다음 주부터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234명 중 155명은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사법·행정 조치가 취해질 시 집단 사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대학·지자체 환영 속 의대생·전공의 복귀는 요원
의대 증원 규모가 큰 경기·인천 지역과 전국 거점 국립대, 소규모 의대와 이들 대학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증원된 의대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도와 충북대는 의대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시설개선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이 걱정하는 교육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측은 현재 4층인 의대 2호관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또 오송 캠퍼스 시설과 의대 내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또 해부 실습 등 부족한 교육 기구에 대해서도 예산을 투입해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늘어난 의대생들이 본격적인 의학교육을 받기 전까지 남은 약 3년 동안 교육 시설과 인력을 차질 없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내년에 입학하는 의대생은 예과 2년 동안 인문학과 교양과목 등 기초과학교육을 받고 본과 1학년에 올라 해부학, 조직학, 생화학, 생리학, 병리학 등 본격적인 의학교육을 받기 시작한다"며 "이때까지 3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고, 정부가 20년 전부터 시행해 온 MRC(Medical Research Center)의 예산과 인력을 대폭 확대해 대학 내 교육 시설과 인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의대 증원 규모가 당초 신청한 만큼 반영되지 않은 대구권 대학들도 대체로 증원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구성원 간의 의견을 잘 조율해서 의과대학 학생 교육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영남대 관계자는 "의과대학 시설 증축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배정받은 인원들을 전문성 있는 우수 인재로 훌륭하게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상국립대도 "증원된 의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경청해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선 의대와 병원은 정부 발표로 2천명 증원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집단행동 중인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가 더욱 어렵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 의사 증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필수 의료체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의 한 3차 병원 의사는 "많이 뽑는다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려는 의사가 늘어나진 않아 정원 증원과 필수 분야 의사 확보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전지역 의대 대부분은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우려해 학사일정을 미뤘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재차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건양대에서는 지난 19일 예과 1∼2학년과 본과 1∼4학년 340여 명 전원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대학 측은 당초 25일 학사일정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다시 일주일 더 미루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울산대 의대도 240명 중 190명이 휴학계를 제출하자 4월 1일 개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개강 날짜를 연기하기로 했던 경기 지역 한 의대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계속 살피며 개강일을 재연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의대생들이 복귀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아 대학 내부에서도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박철홍 박주영 장지현 박성제 황수빈 강태현 김솔 나보배 김상연 이성민 박정현 백나용 기자)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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