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킬 논란’ 황대헌은 ‘무한 경쟁 빙판’서 달린다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기자 2024. 3.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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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주행 중 추돌하면서 스포츠 세계의 경쟁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한국에서는 '짬짜미'도 이뤄졌는데, 선수들이 서로 보호하면서 금메달을 따내는 이런 방식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사라졌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대헌이 남자 1500·1000m 결승에서 연속 반칙을 범해 팀 선배인 세계 1위 박지원이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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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과 박지원(뒤쪽)이 지난 19일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주행 중 추돌하면서 스포츠 세계의 경쟁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쇼트트랙은 김기훈이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첫 금을 딴 이래 한국에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호리병 주법이나, 스케이트 날을 먼저 대는 ‘날 밀기’ 등은 한국의 쇼트트랙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기술용어다. 곡선을 빠른 속도로 돌아야 하고, 순위 경쟁이니 만큼 몸싸움은 치열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한국에서는 ‘짬짜미’도 이뤄졌는데, 선수들이 서로 보호하면서 금메달을 따내는 이런 방식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사라졌다. 대신 각자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대헌이 남자 1500·1000m 결승에서 연속 반칙을 범해 팀 선배인 세계 1위 박지원이 탈락했다. 황대헌은 1500m 결승에서는 선두로 들어왔으나 페널티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황대헌은 지난해말 1차 월드컵 대회 1000m에서도 박지원을 넘어뜨려 옐로카드를 받은 적이 있다. 3번이나 둘의 악연이 겹치면서 황대헌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황대헌은 19일 귀국하면서 “절대 고의가 아니다. 오해하지 말라”고 밝혔지만, 유튜브 동영상으로 경기 장면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황대헌에게 부정적이다. 미디어에는 황대헌의 행위를 두고 팀을 죽인다는 의미의 ‘팀킬’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황대헌은 자기 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세 차례 모두 충돌 책임으로 실격당했다. 비디오를 돌려보는 심판진의 판단은 최종적인데,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반칙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레드 카드를 받거나 경기 출전 불가 등의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선수들이 따르는 룰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속도를 내는 실력이 엇비슷한 선수들은 부딪힐 확률이 높다. 이번 대회 여자부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김길리는 세계 최강권인 네덜란드의 하너 데스멋과 미국의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가 앞에서 자리 다툼을 벌이는 빈틈을 비집고 정상에 올랐다.

같은 팀 선수끼리 피해를 주고 받았다는 발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그동안 힘들게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박지원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남녀 각 1명에게 주어지는 대표팀 자동 합류 기회를 놓쳤다. 내년 2월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대표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매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황대헌만 탓할 수는 없다. 서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 빙상 관계자는 “선수들은 룰을 알고 처벌도 안다. 추월 순간의 판단이나 실수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선수들의 몫이다. 스포츠 경쟁에서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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