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공부?" 말이 쉽지…직장인 의대열풍 '찻잔 속 태풍'

김윤정 2024. 3. 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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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직장인' 겨냥…서초메가 야간특별반 이주 개강
뚜껑 열어보니 '14명 수강'…"직장 병행 단기합격 무리"
의대정원 '5058명' 확정…N·반수생 의대열풍 지속할듯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정부의 대규모 의과대학 증원 방침 발표 이후 현역 고3·N수생·반수생을 넘어 ‘직장인 의대 준비생’ 집단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학원가에서 직장인 의대 준비 수요를 고려해 발 빠르게 직장인 야간반을 열었지만 수강 인원은 예상에 못 미치는 10명 남짓에 그쳤기 때문이다.

7일 서울의 한 대형학원에 마련된 의학계열 수능 강의 야간특별반 관련 입간판 모습. (사진=뉴시스)
직장인 야간반, 수강인원 ‘14명’

21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지난 18일 개강한 메가스터디 직장인 의대 준비반 수강 인원은 14명으로 나타났다.

앞서 메가스터디교육은 입시업계 중 최초로 서울 서초구 소재 서초 메가스터디학원 의약학전문관에 직장인 대상 야간반인 ‘수능 ALL in반 2025 야간특별반’을 개설했다. 수강료는 월 67만원으로 평일 저녁 7~10시 현장강의를 진행한다.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오전 강의를 녹화해 제공받는 특전도 있다. 개강에 앞서 지난 5일 열린 설명회에는 로펌·금융기관·공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 2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가 파격적인 만큼 교육계에서는 ‘직장인 의대 준비생’이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규모 등록은 없었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할 경우 시간 확보가 쉽지 않고, 단기간 준비로 의대 합격은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직장인 상담 시 1년 안에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며 “최상위권 성적을 내는 현역 고3·재수생·N수생들도 의대를 목표로 하는데 직장과 병행하며 단기간에 합격하는 것은 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상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작년 수능을 풀어본 이후 도전할 만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등록할 것을 권했다”고 덧붙였다.

직장생활에 대한 권태로 의대 준비를 고민했던 4년 차 직장인 전모 씨(29)는 “대규모 증원 소식을 접한 직후 솔깃했다”면서도 “현역 때도 의대 갈 점수가 안 됐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수능을 병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단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7일 서울의 한 의학계열 입시 전문 학원 광고 현수막 모습. (사진=뉴시스)
“나도 의대 준비” 말로만 그쳐

앞서 정부의 의대 대규모 증원 방침이 알려지자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의대 진학에 대한 들뜬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울 소재 공대 졸업 후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사원 A씨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기업에 다녀도 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지만 의사직은 정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고소득이 보장된다”며 “사회초년생 중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경우라면 충분히 의대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의대 증원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왔다. “10년 전이지만 연고대 중 한 곳을 졸업했다. 의대정원 확대하면 입학이 가능할까” , “의대 진학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공직에 들어왔다.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학원 수강 등 실제 준비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메가스터디 측은 소규모 인원으로 직장인반을 운영하면서 커리큘럼을 정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의대 증원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날 정부는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고 이중 82%(1639명)를 지방에 집중 배정하는 안을 확정했다. 이에 의대 입학정원은 총 5058명이 됐다. 이는 2024학년도 입시 기준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자연계열 학과 모집인원을 모두 합한 5443명의 93%에 달하는 규모다. 늘어난 정원 ‘2000명’만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서울대 자연계열 입학생 수인 1844명을 넘어선다.

대규모 증원으로 반수생·N수생들이 의대에 도전하는 ‘의대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은 서울대 학생들이 개강 첫주부터 휴학계를 내고 있다. 서울대는 신입생도 1학년 1학기부터 휴학이 가능하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공개한 ‘2024학년도 신입생 휴학 신청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는 8일 기준 119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개강 첫주부터 전체 신입생(3731명)의 약 3%가 휴학계를 낸 셈이다. 종로학원은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 반수를 고려하는 학생이 상당수 나타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한편 종로학원은 오는 31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성균관대에서 의대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종로학원은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충청권·호남권·강원권·제주권 등 의대가 있는 모든 권역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확정되면서 여러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전국에서 설명회를 개최해 대입 전략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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