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텔에 보조금 등 26조원 지원 '파격'…반도체 패권 회복 승부수

김종성 2024. 3. 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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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조금 11.3조원·대출 최대 14조6200억원 등…삼성·TSMC 합친 예상 금액 2배 수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패권 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역대 최대 규모인 195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60억 달러(8조원)과 대만 TSMC의 50억 달러(6조원)을 합친 금액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반도체 공장에서 팻 겔싱어(왼쪽 4번째) 인텔 CEO가 조 바이든(오른쪽 3번째) 미국 대통령과 지나 레이몬도(왼쪽 3번째) 미국 상무장관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텔]

◇ 인텔, 칩스법 보조금 최대 규모…향후 5년 간 미국 내 1000억 달러 투자

2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직접 보조금 85억 달러(11조3000억원), 대출 최대 110억 달러(14조6200억원) 등 총 195억 달러(약 25조92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칩스법 보조금은 특히 첨단 반도체 분야 내 미국의 반도체 제조와 연구 개발(R&D)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대 입법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보조금 지원은 상무부와 개별 기업 간 협의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모두 620건 이상의 투자의향서가 접수됐고, 이 중 현재까지 지원 발표가 이뤄진 곳은 인텔을 포함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와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미군 전투기용 반도체를 제조하는 영국 BAE시스템즈 등 모두 4곳이다.

인텔이 이번에 받은 보조금 규모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뉴햄프셔주 공장 3500만 달러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1억6200만 달러 △미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 15억 달러 등이다. 앞서 발표한 칩스법 보조금 공식 지원 규모 중 최대 규모다.

인텔은 인텔은 첨단 로직 칩(Logic Chip)을 설계·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다. 인텔은 향후 5년간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하이오, 오리건 등에서 1000억 달러(약 134조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 민관 투자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인텔의 투자를 통해 1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와 2만 개의 건설업 일자리 등 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미국 내 투자에 대해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미국 반도체 혁신의 다음 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미국과 인텔에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은 디지털 혁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모든 디지털에는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반도체 지원법은 우리 국가의 미래를 뒷받침할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인텔과 미국이 AI 시대 선두에 서도록 보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TSMC 보조금도 이달 말 발표할 듯…美, 반도체 패권 회복 승부수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대한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삼성전자와 TSMC 등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조만간 확정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발표 시점은 이달 말이 유력하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 1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60억 달러(약 7조9천6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상당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장기간 1921억 달러(255조원) 규모의 미국 내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외부에 공개한 바 있다.

미국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TSMC의 미국 정부 보조금은 50억달러(약 6조7천억원)로 예상된다. 또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수십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인텔에 대한 지원액이 당초 업계가 예상하던 100억 달러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결정되자 미국 정부의 인텔 중심의 자국 반도체 산업 '밀어주기'가 노골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칩스법에 따른 지원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가속화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도 않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전 세계 10% 미만인 반도체 생산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목표다.

인텔은 미국 내에서 10나노(nm)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 2025년에는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오늘 발표는 21세기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큰 진전"이라며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첨단 칩이 미국 내에서 제조되도록 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수년간의 노력과 의회의 초당적 노력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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