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합공개수배’ 효과 있네…영장심사 날 달아난 사기범, 1년여 만에 잡았다

경찰의 2024년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전단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인근 게시판에 붙어 있다. 지난 15일 검거된 윤모씨(50)의 사진은 검거 직후 가려졌다. 강은 기자

18억원 규모의 ‘투자리딩방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영장실질심사 날 달아난 공개수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 경찰의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 첫 검거 사례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5일 오후 5시40분쯤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식당에서 중요지명피의자 윤모씨(50)를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수배자가 있는 것 같다”는 시민 제보를 받고 출동해 윤씨를 체포했다. 수배 전단에는 윤씨의 이름과 얼굴, 보통 체격, 전라도 말투 등의 특징이 기재됐다.

윤씨는 카카오톡 투자리딩방을 이용한 대규모 사기에 가담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수사를 받아왔다. 사기 피해자는 총 38명, 피해 금액은 약 18억원이다. 범행은 점조직 형태로 이뤄졌으며 윤씨는 인출책 및 전달책 역할을 맡아 약 3억4000만원의 피해 금액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책·유인책·공갈책 등 다른 공범들의 존재 및 정확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불구속 수사를 받던 윤씨는 2022년 12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날 달아나 종적을 감췄다. 마포서는 1년간 윤씨의 행적을 좇다가 지난 1월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윤씨는 수배 기간 연락처를 바꾸고 광주의 지인 집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 A씨는 경찰에 “수배대상자인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책 치고는 관여한 피해 금액이 크다는 점,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는 점, 영장심사 당일에 도주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면서 “총책 등 나머지 공범 검거를 위한 추가 수사 단서가 있을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8일 윤씨를 구속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연락한 곳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조직적 범죄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라며 “수사를 받다가 구속까지 될 위기에 처하니까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지명피의자 종합공개수배란 지명수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검거하지 못한 피의자를 종합해 시민들에게 검거 협조를 구하는 제도다. 공개수배 전단에는 피의자 20명의 혐의·이름·나이·얼굴·체격조건·말투 등의 정보가 담긴다. 주로 살인·성폭력 등의 강력범이나 피해 금액이 큰 경제사범이 대상이 된다. 변호사·교수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공개수배위원회를 거쳐 매년 상·하반기 각 20명이 선정된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