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분석가 "이강인에 가해진 학대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단면" "황선홍도 사회불안장애 겪어"

강해영 2024. 3. 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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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이강인
한 축구전문가가 이강인에 대한 한국 대중의 학대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 작가 겸 축구 분석가 앨버트 김 씨는 최근 풋볼파라다이스에 기고한 '한국 대중은 어텋게 이강인을 실망시켰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강인을 겨냥한 온라인상의 수많은 '악플'은 오랫동안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꼽혀온 선수를 응원하는 끔찍한 방식이라고 했다.

김 씨의 글을 요약한다.

"한국이 2023년 아시안컵에서 탈락한 것에 너무나 실망해 표현할 말이 부족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몽규 KFA 회장의 무능함을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가 인터넷에 넘쳐났다. (하지만) 이강인을 겨냥한 역겨운 온라인 공세에 대해서는 할 말을 해야겠다. 22세의 PSG 미드필더에게 가해진 학대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한국 사회의 추악한 단면이다.

나는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과 미드필더 이강인(많은 사람들이 차기 손흥민으로 간주함) 사이에 난투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강인은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동료들과 탁구를 쳤다고 한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배 선수들은 팀 회식이 선수들끼리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짜증을 냈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했고, 이는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손흥민은 손가락 골절을 당했고, 한국은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하며 부끄럽게 패했다.

탁구친 것을 놓고 벌어진 단순한 싸움은 이후 기업들이 이강인의 광고를 취소하고 네티즌들은 이강인의 국가대표 영구 출전 정지를 요구하는 등 전국적인 스캔들로 발전했다. 이강인은 현재 500만 달러가 넘는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연예인과의 계약서에 '도덕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된 것이든 주장된 것이든 범죄에 대한 암시가 있으면 해당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그런 다음 회사는 일반적으로 보증 거래 가치의 2~3배에 달하는 벌금의 형태로 자금을 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이러한 조항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한국에서 취소 문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에 관계없이 모든 비난은 당신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불과 몇 달 전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출연했던 배우 이선균이 불법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돼 숨진 채 발견됐다. 여러 차례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찰은 그를 수차례 소환해 조사하고 언론 앞에 연행했다.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이 씨는 많은 광고 계약을 잃었고 결국 목숨까지 버렸다. 대중은 이 같은 마녀사냥을 통해 교훈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강인 인스타그램에 역겨운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다. 어떤 이들은 그에게 국가대표팀 은퇴를 요구했고, 어떤 이들은 왜 고의로 아시안컵(4강전)을 방해했는지 물었다. 이는 오랫동안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꼽혀온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는 끔찍한 방법이다.

팬들의 학대로 고통받은 한국대표 선수는 이강인뿐만이 아니다. 최근 성인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황선홍은 1994년 FIFA 월드컵에서의 득점력 부조에 대한 거센 비난으로 인해 사회불안 장애에 시달렸다. 황선홍은 그의 세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2002년 FIFA 월드컵에서 폴란드와의 홈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넣기 전까지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다른 나라 팬들도 온라인에서 자국 대표팀 선수들을 일상적으로 학대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평균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에 비할 순 없다.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휴대폰에 붙어 있다. 아시안컵 이전에는 이강인이라는 이름도 거의 알지 못했던 일반 팬들은 이강인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렇게 미움을 받게 됐느냐고 묻고 있다. 그의 세계적인 실력을 이야기하기보다 탁구 논란이 전국적인 스캔들로까지 번졌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불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취소 문화'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라커룸 문제로 축구 선수의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법률상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또한 한국에는 유교적이며 선배를 공경하는 문화가 팀 스포츠에도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후배들을 멘토링하고 식사에 데리고 나간다. 후배들은 훈련 중에 잡일을 하고 회의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하향식 접근 방식에 대한 집착이 국가대표팀에서도 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배와 후배 선수들에게 함께 식사를 강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 결과 한국은 역사적인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대표팀의 차기 감독은 전통 존중과 젊은 선수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 선수들은 전임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플레이하지 않는다. 우리가 좋든 싫든 창의성과 쇼맨십이 더 강조된다. 축구협회가 5~6월에 감독을 고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팬층 중 일부는 시간을 내어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악플'이 어떤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한편, 이강인은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에 나가기 위해 귀국했다. 그리고 그는 팬들에게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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