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파 병원 재공격의 역설…“이스라엘, 전후 가자지구 관리 능력 없다는 사실 보여줘”
NYT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 없다는 증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 시설인 알시파 병원에서 사흘째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연일 하마스가 병원을 은신처로 삼았다는 증거를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미 한 차례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며 가자지구 북부 하마스 근거지를 모두 장악했다고 선전한 이스라엘군이 이번 재공습으로 오히려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을 직접 찾아 지난 18일부터 지금까지 하마스 대원 140명을 사살하고 조력자 300명 이상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뿐 아니라 이슬라믹지하드(PIJ) 등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다른 무장단체 대원들도 알시파 병원에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이들을 모두 색출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알시파 병원을 재공격하자 일각에선 전후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구상이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생길 권력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사실상 아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그래서 하마스가 재출현한 알시파 병원에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1월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면서 하마스 대원 다수를 사살했고, 병원 내부에서 발견한 땅굴을 모두 파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1월 중순 알시파 병원에서 철수한 뒤 지난 1월 병원 근처에 병력을 다시 투입했고, 2월에 재차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우왕좌왕했다.
NYT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증거”라며 “안정적인 가자지구 미래를 모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절멸에만 집중한 탓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이 장기적인 소모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군 사령관 출신인 가디 샴니는 NYT에 “가자지구 통치 계획이 없다는 건 큰 실수”라며 “성공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 최대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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