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백' 비웃는 포항 박태하, 벌써 '아르태하 칭송' → 날선 실전감각.. 초반 돌풍 원동력

한동훈 2024. 3.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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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하 포항 감독. 사진제공=K리그
포항 정재희(왼쪽). 사진제공=K리그

[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나는 현장의 뜻을 굽힌 적이 없다. 기술위원장으로서 항상 경기장을 찾아다니면서 모든 팀들의 모습을 봤다."

'아르태하' 박태하 포항 감독(56)이 지난 2월 제주 2차 전지훈련에 돌입하며 했던 말이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그가 포항을 본격적으로 지휘한지 한 달이 갓 넘었을 시점이었다. 박태하 감독은 이미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르테하는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감독 미켈 아르테타에 박태하를 섞은 별명이다. 아스널은 아르테타 부임 후 만년 4위권에서 탈출했다. 2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포항이 새 감독으로 박태하를 선택했을 때 가장 큰 우려는 실전 감각이었다. 그는 포항의 전설적인 원클럽맨이다. 대표팀 수석코치, FC 서울 수석코치, 중국 옌볜 푸더 감독, 중국 여자 B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 경력도 화려했다. 포항으로서는 최고의, 동시에 유일했던 선택지였다. 그러나 2019년 현장을 떠났다는 점이 불안요소였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축구 트렌드와 과거보다 더욱 발전한 K리그, 그리고 이제는 아들뻘이 대다수인 선수단에 어떻게 적응할지 물음표가 붙었다.

박태하 감독은 2020년부터 작년 말까지 K리그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공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뜻을 굽힌 적이 없다. 항상 경기장을 찾아 모든 팀들의 모습을 봤다"라며 오히려 폭넓은 시야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K리그가 상향평준화됐다. 전반적으로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내려서는 팀도 있고 전방압박하는 팀도 있고 여러 색깔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2024시즌 K리그가 3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박태하 감독은 결과로 증명했다. 개막전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 울산 원정을 떠나 0대1로 졌다. 안방에서 연달아 열린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대구와 광주를 각각 3대1과 1대0으로 제압했다. 특히 광주전은 K리그 최고 지략가로 불리는 이정효 감독을 상대로 철저한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와 이변에 가까운 결과를 연출하기도 했다. K리그 팬들은 박태하 감독을 '아르태하'라며 칭송하기 시작했다.

광주전은 박태하 감독이 긴 호흡으로 특정 전략을 준비하는 능력은 물론 흐름에 따라 임기응변에도 탁월하다는 점이 드러난 경기였다. 전반 43분 홍윤상이 다치면서 계획되지 않은 교체카드 1장을 미리 썼다. 후반 4분 김종우를 투입해 허리 싸움에 힘을 더 줬다. 경기 종료 15분여가 남은 시점에서 박태하 감독은 판단이 필요했다. 그는 과감하게 공격수 두 명을 바꿨다. 새로 들어간 이호재 정재희가 결승골을 합작했다.

사진제공=K리그
사진제공=K리그

박 감독은 이 용병술에 대해서 "홍윤상이 빠지는 바람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래도 이대로 가면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왔다. 사실 박찬용이 (몸 상태가)안 좋아서 문제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항은 0-0으로 맞선 후반 28분 교체카드가 2장 남았다. 박태하 감독의 설명은 중앙수비수 박찬용이 혹시 빠져야 되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하게 가려면 1장을 아껴둬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움츠리지 않았다. 승부수를 던졌다. 박태하 감독은 "홈에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몇몇의 선수 중에 22세 선수까지 포기하면서 이런 고민에 대해 누가 알겠습니까"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태하는 승리의 냄새를 맡고 공격에 올인했다. 박찬용을 그냥 믿기로 했다. 공격수 2명을 넣었다. 길게 넘어온 골킥을 이호재가 헤딩으로 떨어뜨렸다. 정재희가 극장골로 광주를 무너뜨렸다.

박태하 감독은 "선택도 선택이지만 결정적으로 결과를 뒤집어준 선수들을 칭찬한다. 감독으로서는 이런 장면이 제일 보람이다"라며 웃었다.

정재희도 기쁘긴 마찬가지다. 정재희는 "감독님도 바뀌시고 선수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밖에서)걱정이 안 될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독님도 준비를 많이 하셨다. 우리도 동계훈련을 잘 소화했다. 분위기 좋은 상태다. 유지 잘한다면 순항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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