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울 수 있는 ‘꿈이 자라나는 말’[천지수가 읽은 그림책]
intro
그림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아늑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랄까. 온 우주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휙~ 하고 나를 그 시간으로 보내 주는, 그림책은 폭신하고 따뜻한 타임머신이다.
화가 천지수가 읽은 열아홉 번째 그림책은 ‘꿈이 자라나는 말’(로라 에동 글·그림 / 이현아 옮김 / 나무말미)이다.
“이미 늦었어.”
고작 12살짜리가 세상 다 산 표정을 지으며 날린 대사다. 아들 녀석이 하도 같잖아서 뭐가 늦었냐고 다시 물었다.
“엄마는 꿈을 이루어서 좋겠다고요. 나는 축구선수를 꿈꾸기에는 이미 늦었어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나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고, 현재 화가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내게 아들이 한 말이다. 나는 아들에게 허둥거리며 말했다.
“아들, 이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른이 돼서 뒤늦게 꿈을 찾는 사람들도 있어. 절대 늦지 않았어.”
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들먹이며 아들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던 지나간 나의 말들이 떠올라서 얼굴이 붉어졌다.
로라 에동이 그리고 쓴 ‘꿈이 자라나는 말’에는 여러 가지 꿈들을 의인화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꿈을 키운다’라는 말처럼 ‘꿈’을 정성스럽게 돌봐야 하는 어린아이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낸다. 꿈을 꾸는 것, 이루는 것도 모두 자신이 스스로 낳고 키우는 것이니, 너무도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작가의 그림이 어린아이 그림처럼 순수하며, 상상이 자유롭고 따뜻하다. 나는 그림책을 보면서 내가 어릴 적 화가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는 내가 그리는 그림에 대해 어떤 평가나 누구의 주문도 없고, 오로지 나만의 만족감으로 행복해했던 때다. 오히려 화가의 꿈을 꾸던 시절이 화가가 된 지금보다 더 설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원하는 꿈을 키워 나가는 과정 자체가 고마운 여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어떤 결과를 이루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나의 성장’에 가치를 두면, 힘겨운 경험도 나의 꿈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꿈꾸는 사람은 외롭지 않아. 꿈이라는 친구가 곁에 있으니까.’
나는 작가의 말처럼 ‘꿈’이라는 친구가 곁에 있다고 의식하면 외로운 삶의 성장 과정 안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꿈’이라는 친구를 만나는 것에는 정해진 시기도 없으며, 늦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양한 친구를 만나듯이 꿈도 그렇게 다양하게 나와 관계를 맺어 간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는 다 성장한 꿈이 그 꿈을 키운 어린 소녀를 어깨에 태우고 걸어가는 모습이 참 든든해 보인다. 나는 꿈을 키우기에 늦었다는 아들을 안아주며 말할 것이다.
“꿈이란 멋진 직업이나 대단히 높은 위치 같은 것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꿈이란 ‘걸어가고 싶은 마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어. 아들아, 너도 언젠가는 네가 걷고 싶은 길을 찾게 될 거야. 늘 곁에서 그 길을 응원할게.”
로라 에동의 그림책 ‘꿈이 자라나는 말’은 꿈을 꾸고 키워 나가는 모두가 외롭거나 지치지 않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고마운 책이다.
천지수(화가·그림책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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