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vs. 코오롱 ‘타이어코드’ 공방…국내서는 누구 손 들어줄까 [비즈360]

효성, 2022년 코오롱 타이어코드 특허 무효 심판 제기
특허심판원 이달 결정 예정
미국에서는 코오롱이 효성에 타이어코드 특허 침해 소송
타이어코드 글로벌서 2035년 33조 시장으로 확대 전망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효성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타이어코드 특허 무효 심판 결과가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반대로 코오롱은 미국에서 효성이 타이어코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양사의 특허 갈등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가 2022년 제기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타이어코드 특허 무효 심판에 대해 특허심판원이 이달 안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이다.

효성첨단소재가 문제를 삼은 것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5년에 특허로 등록한 ‘하이브리드 섬유 코드 및 그 제조 방법’이다. 하이브리드 섬유는 전기차용 타이어에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재료 중 하나이다. 효성첨단소재는 “특허 내용이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효성이 제기한 특허는 코오롱 고유의 기술”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심판원 판결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특허가 인정되면 효성첨단소재는 특허 라이선스 비용 지급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추후에 효성첨단소재가 코오롱인더스트리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혀질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효성첨단소재 주장이 인용되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타이어코드 특허 경쟁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특허심판원 판결로 양사 갈등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특허심판원 결정에 불복한 기업이 2심 격인 특허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항소심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 3심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릴 수 있다. 효성, 코오롱 관계자는 “결과가 발표된 이후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미국에서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HTC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십 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얻은 특허권이 무단으로 침해됐다고 판단, 이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아직 소장을 받지 않았다”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미국에서 다투고 있는 HTC 특허는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코오롱이 소송전에 나설 정도로 타이어코드는 양사에 주력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효성, 코오롱이 오랫동안 주력으로 삼았던 섬유 제품, 필름 등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타이어코드의 경우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에 중국 업체들이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효성, 코오롱이 기회를 잡고 있다.

특히 HTC는 양사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이다. 기존 타이어코드보다 내구성, 마모성이 뛰어나 중량이 무거운 전기차용 타이어에 쓰이기 적합하다. 최근 다소 둔화된 전기차 시장이 친환경 정책 등으로 반등한다면 HTC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규모가 HTC에 힘입어 2022년 80억달러(11조원)에서 연평균 7%씩 성장, 2035년 250억달러(33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점유율은 각각 51%, 15%이다. 효성첨단소재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재활용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등 신기술 상용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이어 진행되는 소송 결과가 향후 양사 타이어코드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