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현장 반발에 KBO 1보 후퇴…피치클락 2024 시범운영-2025 정식 도입 최종 확정

신원철 기자 2024. 3. 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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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NC파크에 설치된 피치클락 카운트. KBO는 피치클락 정식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확정했다. 이제는 '준비 안 했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 메이저리그에서 스피드업을 위해 도입한 피치클락.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가 단장 회의에서 피치클락 도입 시기를 최종 결정했다. 올해는 경고만 주는 시범운영을 이어가되, 내년 시즌부터는 정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일부 현장 반발에 KBO가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KBO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14일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가한 2024년 제 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피치클락 도입시기, 수비시프트 비디오판독 추가, 웨어러블 장비 착용, 더블헤더 경기 시행 시간 조정 등의 내용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KBO는 "경기의 스피드업과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각 구단의 피치클락 제도의 조기 도입 요청과 관련해 지난 2023년 4월 제3차 실행위원회에서 정식 논의가 시작된 이후 관련 회의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 등에서 11차례 진행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정식 도입이 합의 됐으나, 선수들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범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각 구단이 적응 기간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2024시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시범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고, 2025시즌부터의 정식 도입을 결정했다. KBO는 앞서 2024년 시즌 시범 운영 형태로 피치클락을 도입하고 선수들의 적응 경과를 확인한 뒤 정식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들이 시범경기 시작부터 피치클락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또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시범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오르면서 KBO 또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절충안이 '2024 시범도입, 2025 정식도입'이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피치클락(도입)은 조금 빠른 것 같다. 선수들이 경고를 많이 받았다. 물론 준비를 빨리 해야겠지만 혼동이 올 것 같다"라며 "경기 시간을 줄이려고 야구 자체를 많이 바꾸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불필요한 것은 조금씩 줄여야 한다.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줄이겠나"라고 말했다.

SSG 이숭용 감독도 "선수들이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치중해야 하는데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kt 이강철 감독도 시범경기 초반부터 피치클락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LG 염경엽 감독과 두산 이승엽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과 NC 강인권 감독은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강인권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전하면서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립만 잘 한다면 나쁘지 않을 거고, 시행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겨울 갑자기 나온 규칙이 아니라, 지난해 감독자 회의부터 얘기됐던 사안이라면서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피치컴(사인 교환 장비) 동반 도입을 전제로 피치클락 사용에 동의한다고 했다.

▲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가 시범 운영 중인 피치클락을 두고 투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피치클락 제도 2025 시즌 KBO 리그 정식 도입

KBO 리그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피치클락 제도는 2024시즌 동안 시범 운영을 유지하고, 2025시즌부터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KBO는 전반기내에 피치클락 제도 관련 세부 시행안을 확정하여 발표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시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치클락 규칙 위반에 대한 심판 콜은 타격 완료 후 약식으로 진행한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더라도 주심이 위치를 벗어나 큰 동작으로 경고를 알렸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KBO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스포티비뉴스에 "심판들이 경기 운영을 하다 보니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간 뒤에 경고를 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경고 시기는 완화를 하려고 한다. 오늘부터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오석환 위원장은 또 "현장의 감독들이 문제제기를 하시는데 피치클락은 규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 단축, 역동적인 경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제재가 있는 것이 아니고 (피치클락 규칙을)인지를 시켜주기 위해 경고는 준다. 정규시즌에서는 제스처가 크게 이뤄지지는 않고 구두로 전달하는 선에서 경고가 주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투구 시 시간 제한은 원안대로 주자 없을 때 18초, 주자 있을 때 23초를 적용한다. MLB에서는 올해부터 주자 없을 때 15초, 주자 있을 때 18초(작년까지 각각 15초, 20초)를 적용하나, KBO리그에서는 첫 시행인 만큼 시간을 더 부여한다. 피치클락 제도의 큰 축인 투수판 이탈 규정은 당장은 적용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적응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2024 시즌 전반기에는 피치클락 규정을 시범 운영하기로 결정했으며, 후반기에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피치클락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피치컴은 현재 전파 사용 인증을 준비 중이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 되면 각 구단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피치클락과 피치컴을 모두 경험햇다. 그는 "주자가 없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키나와에서 총재님이랑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피치컴이 안 들어온 상황에서는 주자가 있을 때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총재님도 알고 계시더라. 주자가 나갔을 때 피치컴이 없는 상태에서 던지면 나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사례로 보는 시프트 제한 규정 ⓒ KBO

▲ 수비시프트 관련 비디오판독 적용 도입

2024 시즌부터 도입되는 수비시프트 제한도 비디오판독 대상 플레이다. 공격팀은 가장 먼저 타구에 닿거나 포구한 내야수의 위반 여부에 한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며(이외 야수의 위반에 대한 판독은 신청 불가), 수비팀은 수비 시프트 규정을 위반했다는 심판 판정에 대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다. 수비 시프트 제한 위반 관련한 판독은 양 구단 모두 횟수의 제한이 없다.

시프트 제한은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입됐지만, 실제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메이저리그 4860경기를 통틀어 단 4회였다. 오석환 심판위원장은 "발견하는 심판은 누구라도 시프트 제한 위반을 지적할 수 있다. 보크와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프트 제한 규칙은 '투수가 투구하는 시점에 수비 팀은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야수 4명이 내야 흙 안쪽에 위치해야 한다'를 뼈대로 한다. 내야수들은 2루 베이스를 기준해 세로로 나눈 양 측면에 각각 2명씩 배치돼야 한다. 외야수의 내야 수비 참여는 제한 없으나, 외야수를 4명 이상 배치할 수는 없다. 투구 시 내야수가 제대로 정렬되어 있지 않으면 공격 팀은 자동 볼 또는 플레이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수비 시프트 제한은 비디오판독 대상으로 결정됐다. 공격팀은 가장 먼저 타구에 닿거나, 포구한 내야수의 위반 여부에 한하여 판독 신청 할 수 있다. 수비팀은 수비 시프트 제한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심판의 판정에 대해 판독 신청이 가능하다. 양 구단은 수비 시프트 제한 관련해서는 횟수의 제한 없이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 ABS 및 피치클락 시스템 도입을 공식화한 KBO ⓒ곽혜미 기자

▲ 퓨처스리그 경기 중 웨어러블 장비 착용 허용

선수 육성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 2024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선수 운동량, 강도 파악 등을 위한 웨어러블 장비 착용을 허용한다. 유니폼 내에 착용하는 장비만 허용하며, KBO에 사전 신고를 통해 승인을 받은 장비만 착용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훈련 때만 제한적으로 활용해 선수의 실제 경기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퓨처스리그의 목표가 1군 선수 육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면서 합리적인 시도다.

▲ 더블헤더 2차전 경기개시시간 변경

기존 더블헤더 2차전 개시 시간은 1차전 종료 후 30분이었지만 구장 관리와 관람객의 입, 퇴장 편의를 고려해 최소 40분 경과 이후로 개정했다.

올해는 더블헤더 경기가 과거보다 자주 나올 수 있다. KBO는 "매년 우천 취소 경기의 증가로 인해 잔여 경기 일정이 늘어남에 따라, 원활한 리그 운영을 위해 더블헤더가 편성된다. 금요일·토요일 경기가 우천 등으로 취소될 경우, 다음 날 더블헤더로 경기를 치른다. 4월부터 시행되며 혹서기인 7, 8월은 제외된다. 이때 발생한 더블헤더 경기는 팀당 특별 엔트리 2명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 7, 8월에 해당 요일 경기가 취소되거나, 화, 수, 목, 일요일 경기 취소 시에는 추후 편성 예정이다.

▲ 2023년과 2024년 시범경기 기록 비교 ⓒ KBO

한편 KBO는 19일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시범경기 총 46경기는 2023년 시범경기 동기간(47경기) 대비 평균 경기시간이 19분 단축됐고 볼넷 감소, 도루 성공률 증가 등의 지표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피치클락 위반시 경고만 주는 시범 도입 상태인데도 경기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2024 시범경기 총 46경기의 평균 소요 시간은 2시간 39분으로 2023년 동기간 47경기 기준(전체 경기수 67경기) 2시간 58분에 비해 19분 빨라졌다. 특히 14경기가 2시간 30분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시간 30분 전에 끝난 경우는 단 2경기였다.

올해 시범경기는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가 도입됐고 피치 클락 시범 운영, 수비 시프트 금지,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이 적용됐다. KBO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공정한 스트라이크/볼 판정과 더불어 경기 시간 단축 및 박진감 넘치는 경기 컨텐츠 제공이다. KBO는 개막과 함께 경기지표 변화를 면밀히 살펴, 새롭게 도입한 제도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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