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집인원 조작해 불합격자 86명 합격 처리…충원율 채우기 '꼼수'
[EBS 뉴스12]
대전의 한 사립대에서 입시 전형 중 임의로 모집인원을 조작해, 원래라면 떨어졌을 학생 수십 명을 합격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E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충원율을 부풀리기 위한 꼼수였는데, 정부는 이 같은 비리가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징계수위를 높였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전에 위치한 목원대학교.
지난해 1월, 2023학년도 정시 모집을 치르던 중, 두 개 전형의 모집인원을 갑자기 마감 하루 전에 바꿨습니다.
'학생부 교과 위주 전형'의 지원자가 예상보다 적자, 전체 모집인원 중 104명을 임의로 줄인 겁니다.
대신 지원자가 더 많은 '수능 위주 전형'의 모집인원을 늘렸습니다.
미리 공지했던 모집인원을 모집 중에 임의로 변경하는 건, 대입 전형 계획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33조에 따르면, 대입 전형 계획을 뒤늦게 바꿀 때는 천재지변과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목원대의 경우엔 이에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그 결과, 수능 위주 전형에서 원래라면 불합격했을 86명이 합격하고,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 합격했어야 할 3명은 불합격 처리됐습니다.
대학 측은 이렇게 모집인원을 조작한 이유가 충원율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십억 원대의 국고 지원이 달린 대학 평가에서 '충원율'이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초과 선발된 86명 중 최종 등록한 학생은 17명뿐이고, 불합격한 3명 역시 예비 합격했지만 모두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추가 모집을 통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을 100%로 채웠습니다.
인터뷰: 목원대 입학처 관계자
"근데 지금 지방 사립대 다 힘든 상황이라 우리가 특정한 누구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합격시키려고 하기보다는 학교가 (충원율) 지표가 있어야 되니까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이번 조작에 가담한 직원 2명은 경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교육부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충원율을 조작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한계 대학들이 이렇게 하는 경우가 이제 많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 이런 것들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처분을 낮게 하지는 않았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다수의 지방대가 생존 위기에 내몰린 상황.
전문가들은 충원율을 기반으로 대학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꼼수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임은희 연구원 / 대학교육연구소
"신입생이나 재학생 충원율 지표가 중요한 평가 지표로 들어가다 보니까 대학들이 여러 불법적인 요소를 감안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충원율을 조작하는 사례가 교육부 감사라든가 내부 고발을 통해서 드러난 사례들이 있습니다."
공정 입시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엄정한 관리·감독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지방대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해 평가구조의 개편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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