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측 “증인 신청해 이종섭 법정 세울 것”…이종섭 “조사받을 기회 있길”

정충신 기자 2024. 3. 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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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항명’ 혐의 기소된 박정훈 만나 “尹이 국민에게 항명”
이종섭 호주대사 11일만에 귀국…“조사받을 기회 있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오른쪽) 전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개혁신당 이준석(왼쪽) 대표,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2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군검찰이 박 전 단장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사건의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하는 길에 서울 용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종섭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 전 장관에게) 물어야 할 게 분명히 있다. 이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 전 장관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8월 2일 당시 이종섭 국방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넘겼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7월 30일 수사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이튿날 이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입장을 바꾼 배경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5일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는데, 정부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수사 회피 의혹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이종섭 장관은 피의자다. 피의자를 국가대표로, 중요 국가의 대사로 임명한 인사권 남용이야말로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단장의 공판 출석길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약 20명의 해병대 전우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이준석 대표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대사가 귀국한 것과 관련해 "이 대사 도피 행각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며 "(25일 예정된) 공관장 회의에 온다는 것 자체가 급히 출국할 이유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사 귀국은 누가 봐도 총선 일정에 맞춰 잡은 매우 정치적인 행동"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여러 실정 이후 잠시 여당 지지율이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 속에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다 총선을 앞두고 잠시 움츠러드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대사의 거취에 대해 "이미 호주 언론에서도 이 대사 건이 보도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 대사가 대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본인의 결단도 필요하고 결단이 늦어지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본인이 수사받고 재판받느라 당무를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대사가 수사와 재판 때문에 자주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가운데)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에 돌아온 이 대사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도 말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의 연이은 추가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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