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50’이 끌고 ‘KF-21’이 밀고… “우리가 제2의 중동 붐 이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업계는 수출 18조원을 기록하며 K방산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년 연속 세계 상위 10위 방산 수출국에 등극하면서 4대 방산 강국을 향한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가고 있다. KAI는 전년 대비 37% 오른 매출 3조 819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KAI는 2022년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30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T-50 계열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총 4개국에 72대가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67%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으로 평가된다. KAI는 동남아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온 국산 항공기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FA-50. 작년 10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하는 등 20년간 뛰어난 기능성을 입증하며 신뢰성을 높인 결과다. FA-50은 다목적전투기(Multi-Role Fighter)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FA-50은 동일한 플랫폼으로 훈련과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 평상시 훈련기로 운용하다가, 유사시에는 전투기로 전환돼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안보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작년 10월부터 붉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홍해 사태 등 중동지역의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국방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노후 기종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FA-50을 중심으로 KF-21, 수리온 등 다양한 KAI의 항공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동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후속 지원과 성능개량에 한계를 느끼며, 신뢰성이 높고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한국산 무기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동시장이 폴란드에 이은 K-방산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KAI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다목적 수송기(MC-X) 공동개발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개발 착수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023년 11월 두바이에어쇼에는 국산기동헬기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 LAH 실물기가 해외 에어쇼에 처음으로 참여해 시범 비행을 통해 국산헬기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며, 국산헬기의 첫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2월 사우디 방산전시회(WDS)에서는 미래전장의 핵심으로 불리는 유무인복합체계를 고정익과 회전익 주력기종에 적용한 KAI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부 장관이 전시관 내 KAI 부스를 방문해 KF-21을 포함한 KAI의 항공플랫폼을 둘러보고 설명을 듣는 등 관심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 10월 사우디 우주청과 우주 분야 협력 MOU를 체결하며 미래 사업에 대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중동과 KAI의 인연은 꽤 깊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개발 완료된 이후 가장 먼저 수출을 타진했던 국가가 바로 UAE이다. T-50은 2005년 두바이에어쇼에서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2013년에는 이라크에 T-50 계열 항공기 24대 수출도 성공했다. 국산 항공기의 중동시장 진출이 폴란드가 속한 유럽보다 10년 앞선 셈이다.
현재 중동시장에서 FA-50, 수리온 등 KAI의 주력기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F-21 기반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우주사업 등 글로벌 협력 사업이 다변화되며 중동시장 확대에 호기를 맞고 있다. 폴란드 대규모 수출처럼 민관군 원팀(One Team)을 만들고 전 부처가 수출 확대에 동참하면서 국방 연구·개발(R&D) 강화를 추진한다면 건설과 토목이 이끈 제1의 중동붐을 넘는 K-방산이 이끄는 제2의 중동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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