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해”...테슬라 中 가격 인상 반긴 샤오미 회장 속내는
가격 경쟁 속 나홀로 인상에 여론 ‘싸늘’
레이쥔 샤오미 회장, SNS로 직접 옹호
진짜 목적은 샤오미차 고가 논란 해명
“테슬라보다 좋은 차, 오히려 가성비”
중국 전기차 가격 전쟁을 몰고 온 테슬라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오는 4월부터 ‘모델Y’ 가격을 상향 조정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같은 가격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고 나선 것은 테슬라가 아닌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었다. 오는 28일 첫 전기차를 출시하는 샤오미는 가격 공개 전부터 ‘고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데, “테슬라보다 사양이 좋은” 샤오미차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설명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중국 펑파이 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테슬라 차이나는 오는 4월 1일부터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의 가격을 5000위안(약 93만원) 인상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 인상폭은 4배가 넘는 2만3000위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테슬라를 구매하면 자동차 보험 보조금 8000위안에 페인트 교체 선택 시 1만위안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 혜택 역시 3월 31일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위기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는 방침 하에 지난해 내내 차 가격을 대폭 할인했다. BYD를 비롯한 중국 토종 업체들도 이에 가세해 전기차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가격 경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베이징상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할인에 들어간 자동차 기업은 약 10곳에 달한다. 이들은 10만~20만위안(약 1840만~3680만원)대로 자동차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고 3만위안까지 할인 중이다.
테슬라가 가격을 올리자 중국 여론은 “다른 회사 차를 사라는 것이냐”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맞서 테슬라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회사가 있다. 다름 아닌 샤오미다. 레이 회장은 지난 20일 저녁 개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테슬라가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정말 대단하고, 진심으로 감탄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전기차 경쟁이 치열할 때 오직 테슬라만이 과감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며 지지했다.
레이 회장은 테슬라가 왜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재무 보고서까지 가져와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테슬라는 181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대부분이 모델3와 모델Y였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7억7000만달러(약 128조2300억원), 88억9000만달러였다”며 “테슬라처럼 큰 규모와 높은 운영 효율성을 가진 곳도 이익(률)은 9.2%에 불과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델3의 가격은 현재 24만5900위안인데, 재무 보고서상 영업이익률에 따라 계산하면 판매 가격이 적어도 22만3000위안은 돼야 손해가 안 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테슬라는 대당 겨우 2만2900위안만 벌고 있다는 뜻이다.
레이 회장이 테슬라의 가격 인상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샤오미 전기차의 높은 가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오는 28일 첫 전기차인 세단 ‘SU7′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차는 싸구려’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 SU7을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 S의 대항마로 설정했는데,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고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는 SU7 가격이 25만위안 안팎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중국 전기차 가격이 10만~20만위안대인 것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다.
레이 회장은 테슬라도 가격을 올리는데,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SU7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SU7 표준 버전 사양은 모델3를 크게 능가하고, 견고한 재료를 사용했고, 제품 출시 초기라 구매 원가도 매우 높다”며 “가격 책정에 있어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모두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여러분 모두가 ‘가성비가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테슬라의 가격 인상과 샤오미차의 높은 가격 책정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완화하고, 전체 전기차 판매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더욱 떨어지길 기다리며 구매를 미루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계산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번 테슬라의 가격 인상은 가격 인하를 기다리던 일부 소비자들의 시장 진입을 자극할 수 있다”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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