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좋아야 나간다" 김태형의 역발상...포지션 떠돌이의 4할 맹타, 전화위복 기회 놓치지 않는다
[OSEN=조형래 기자] 포지션이 정해져 있어야 출장할 수 있다는 관념을 깼다. 타격 하나가 좋더라도 강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든 기회를 주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24)에게 이렇게 기회를 줬고 증명했다. 고승민은 전화위복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고승민은 시범경기 기간 가장 뜨거웠던 타자 중 하나였다. 고승민은 프로야구 시범경기 6경기 타율 4할7푼4리(19타수 9안타) 1홈런 2타점 OPS 1.111로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막판 다리 쪽 뻐근함으로 선발로 나서지 못하면서 시범경기 규정타석 밖으로 밀려났고 타율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시범경기 ‘장외 타격왕’에 만족해야 했다.
고승민은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타격감이 가장 뜨거웠던 타자였다. 타격감이 좋아진 것뿐만 아니라 과정, 메커니즘 적으로 발전이 이뤄졌다. 우투좌타로서 좌투수에게 적지 않은 약점이 있었다. 통산 좌투수 상대 타율 2할3푼4리로 우투수 및 언더 상대 타율 2할7푼1리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시범경기 기간 좌투수 상대로 7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좌투수를 상대로 공을 잘 따라가더라”라고 말했다.
고승민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의 상황이 됐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2루수 재전향을 시도했다. 프로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이후 외야수, 1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떠돌았고 정착하지 못했다. 외야수로 무르익을 시점이던 2022년 92경기 타율 3할1푼6리(234타수 74안타) 5홈런 30타점 OPS .834의 기록으로 타격까지 만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외야수에서 한 번도 준비하지 않았던 1루수로 캠프를 시작했고 그대로 시즌에 돌입했다. 결국 94경기 타율 2할2푼4리(255타수 57안타) 2홈런 24타점 OPS .649로 타격의 강점도 사라졌다.
결국 고승민은 다시 2루수로 돌아왔다. 안치홍이 한화로 FA 이적을 하면서 주전 2루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수비에 의문부호가 있지만 타격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기간 고승민의 2루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문 내야수들과 경쟁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지난해 2루수를 바탕으로 한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맹활약한 박승욱, FA 사인 앤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민성의 틈에서 고승민의 자리가 사라졌다.
고승민은 다시 외야로 나가야 했다. 다시 떠돌이 생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발상 자체를 달리 했다. 내심 고승민을 키우고 살려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포지션 정착보다는 강점인 타격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김태형 감독은 “캠프 때부터 고승민의 포지션을 갖고 고민했다”라면서 “지금은 우선 타격이 좋아야 어디든 나갈 수 있다. 포지션이 없다고 여기저기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해줄 역할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잘 준비하라고 고승민에게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동료의 부상으로 기회가 왔다. 주전 좌익수로 낙점 됐던 김민석이 시범경기 개막 직전 우측 내복사근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사실상 불발됐다. 고승민 입장에서는 다시금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결국 고승민은 좌익수로 시범경기에 나섰고 맹타를 휘둘렀다. 동료의 부상은 안타깝지만 전화위복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떠돌이 신세지만 지금의 타격감이라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올해 2루 훈련에 비중을 꽤 쏟았고 또 익숙했던 포지션이다. 1루수는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서며 경험치를 쌓았다. 외야수도 마찬가지다.
전화위복으로 찾아온, 비교적 짧은 시간의 기회를 살렸고 눈도장을 받았다. 고승민으로서는 이제 정규시즌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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