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어쨌든 ‘김연경 시리즈’다
어쨌든 ‘김연경 시리즈’다. 2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시작되는 2023~2024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승제)는 정관장에게도, 흥국생명에게도 김연경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팀 분위기만 보면 정관장의 우세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7일엔 GS칼텍스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의 싹을 잘라내며 플레이오프 직행에도 성공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해있다.
반면 흥국생명은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승점 80, 26승10패)에 승점 딱 1이 뒤져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정규리그 1위를 내준 결정적인 이유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지난 8일 1-3으로 덜미를 잡혔다는 것도 선수단의 상실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12일 만난 1위 현대건설을 3-0으로 제압했기에,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페퍼저축은행에 이겼다면 정규리그 1위의 주인이 자신들의 차지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 수밖에 없다.
포지션 매치업도 정관장의 우세가 많아. 세터의 대각에 서서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도 정관장의 메가(인도네시아)가 흥국생명의 윌로우 존슨(미국)보다 앞선다. 흥국생명의 대체 외인 윌로우는 특유희 넘치는 에너지와 흥으로 팀 분위기를 고조시키긴 하지만, 공격 기술이나 수비 등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반면 메가는 공격 4위(43.95%), 서브 2위(세트당 0.250개) 등 공격 전 부분에 걸쳐 맹활약하며 올 시즌 최고의 아시아쿼터 선수다.
세터 부문에서 양 팀의 차이가 극명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던 염혜선은 후반기 들어 리그 최고 세터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따금 토스 범실이 나와도 후속 랠리에서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염혜선의 물오른 경기운영과 토스워크가 있었기에 정관장의 후반기 대반격이 가능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이원정, 김다솔, 박혜진으로 이어지는 세터 라인이 불안감이 크다. 부상에 시달리던 주전 세터 이원정이 리그 최종전에 돌아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8일 페퍼저축은행전 완패는 이원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다솔, 박혜진으로만 경기를 치러 나온 결과였다.
흥국생명으로선 올해로 어느덧 36살로, ‘노장’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김연경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V리그에서 7시즌을 소화한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치른 36경기, 140세트에 전부 출전했다. 775득점 역시 김연경의 V리그 내 커리어하이일 정도로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플레이오프 역시 김연경이 정규리그 때만큼, 아니 그 이상은 해줘야 승산이 보인다.
정관장의 정호영 역시 김연경이 살아나면 흥국생명 전체 팀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것을 경계했다. 정호영은 “흥국생명이랑 경기를 하면 팬들의 함성소리와 응원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물론 저는 경기할 땐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 그 정도 함성은 흥국생명과 경기할 때 들려왔던 거라 괜찮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김)연경 언니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을 성공해내거나 하면 함성 소리가 더 커지는 팬분들과 하나되어 상대를 집어삼킨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거기에 눌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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