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 '글로벌 전진' 인천공항, 근로제도는 후진?…이학재 '뒷짐'

최지수 기자 2024. 3.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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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그 자회사들이 수년간 근로자들과 마찰을 빚어오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두고 노사 간 논의가 막히면서 최근 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는데요. 

세계 1위 국제공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천공항이지만 막상 근로제도는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경제부 최지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었는데, 근로 형태나 제도를 놓고 문제가 남아있는 건가요? 

[기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중점을 두고 추진했었는데요. 

이때 대표적인 기업이 인천국제공항공사입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외주업체 소속으로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비정규직 중 일부는 공항공사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고 또 다른 일부는 공항 관리 업무를 하는 자회사 세 곳으로 나뉘어서 직고용됐습니다. 

그때 새로 생긴 자회사들이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또 인천국제공항보안입니다. 

이렇게 대다수가 공공기관 본사로 채용되는 방식이 아니라 자회사 정직원으로 고용 전환이 이뤄졌는데요. 

이후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근로자들이 주장을 하고 있어서 잡음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앵커] 

처우 개선 때문에 최근 노사 간 관계가 더 악화됐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인가요? 

[기자] 

교대근무 제도를 바꾸는 것을 두고 논의가 막혔는데요. 

공항을 관리하는 일은 장시간 연속 작업이 필요한 업무다 보니 일정 시간마다 번갈아가며 일하는 교대 근무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에서 보안경비와 보안검색을 담당하는 자회사, '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최근 이 부분에 대한 갈등이 커졌습니다. 

특히 공항을 순찰 경비하는 보안경비 직군은 3개의 조가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어서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낮에 출근했다가 또 밤에 출근하기도 하는데 이 돌아오는 순번이 짧다 보니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불규칙적인 수면패턴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인원을 약간 조정해서 4조 2교대로 한 조를 더 투입시키게 되면 휴식이 더 보장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인데요. 

실제 본사의 보안 담당은 4조 2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회사 노조도 기존 3조 2교대를 이른바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 더 좋은 4조 2교대로 바꾸는 교대근무제 개선의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해 왔습니다. 

[앵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전이 있었습니까? 

[기자] 

자회사에서 노동자·사용자·전문가 협의체죠. 

즉, 노사전협의회를 꾸려 지난 2022년부터 주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왔는데요. 

수많은 회의 끝에 노사는 경비 분야 노동자 1천500여 명 중 약 7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기로 합의점을 도출해 냈습니다. 

따라서 지난 1월 중순에 시범운행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직전에 사측이 갑자기 중단시켰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문설희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 시행을 앞두고서 회사 측 입장이 갑자기 바뀌어서 '왜 이게 지연이 되고 있냐' 여쭤봤더니 공항공사 측과 계약 내용 변경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인데요.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하고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후 노조 측은 교대제 개편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고요. 

노사전협의체 회의도 잠정 중단된 상황입니다. 

[앵커] 

자회사 사측은 이번 사태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사측은 "시범운영 시행 계획에 합의하려 했으나, 추가적인 계약 변경 절차가 필요해 일시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교대제 개편을 '중단'한 것이 아니고 필요한 절차를 처리 중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도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와의 구체적인 계약 변경 내용에 대해선 밝힐 순 없다고 답해, 노조 입장에선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병훈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 자회사의 노사가 합의한다 하더라도 모 회사의 판단에 따라서 자회사에 경영에 대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요. 노사 합의가 있으면 반드시 협약 이행을 해야 돼요. 노동조합이 사법적인 대응을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외에도 노조는 인력 충원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는데요. 

인천공항 사측이 최근 일일 여객 수가 20만 명에 달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다 회복됐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도 막상 인력 충원엔 소극적인 점이 모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인천공항공사는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까? 

[기자] 

공사 측은 이번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사 측은 "자회사의 근로조건과 처우 문제는 자회사 노사 간의 결정사항"이라며 "모회사인 공사의 개입은 불가능하다"라고 선을 긋는 모습입니다. 

공기업 특성상 근로제 개편은 비용 문제와 무관할 순 없을 텐데요. 

그러면서도 노사 간 결정이 비용의 적정성을 유지시키는 범위 내라면 모회사-자회사 간 위수탁계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자회사는 모회사 핑계를, 모회사는 자회사 핑계를 대면서 노사 간 합의했던 사안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했을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후 틈이 벌어진 노사 관계 개선이 하나의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는데요. 

여태까지 뚜렷한 대책 발표 하나 없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을 지향하면서도 막상 공항을 위해 일하는 근로자들의 권리는 한참 뒷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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