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 소송으로 번진 신경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영풍이 고려아연 "유상증자 신주 발행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배정한 신주 발행이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확대'로 사적 편익를 도모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영풍의 장형진 고문이 최윤범(사진) 고려아연 회장 측에 공격을 가한 모양새다.

이에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전기차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에 쓰고 있는데, 영풍이 회사의 미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고려아연은 우호지분 확보가 더 어려워지지만, 반대로 법원이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줄 경우 새로운 신사업 확장과 우호지분 확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어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영풍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와 관련,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며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및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의 신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니켈제련소 건설 등 실제적인 사업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사업을 추진했다"며 "영풍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배정은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영풍의 주장은 글로벌 완성차와 협업을 통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전기차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교류 등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를 애써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작년 9월 HMG글로벌에 신주 5%를 배정해 영풍 측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2022년 6월 기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5.22%로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 지분율(18.74%)보다 2배가량 높았으나, 작년 9월 이후 영풍 측은 31.57%, 고려아연은 32.10%로 역전됐다는 것이다.

이번 분쟁은 지난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벌인 표 대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영풍은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배당금 확대를 주주제안하고, 고려아연이 안건으로 올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에는 반대했다. 이 중 유상중자 요건 변경 안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참석주주의 3분의2 동의를 받아야 해 결국 부결됐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작년말 기준 25.15%이며, 단일 주주 기준으로 국민연금(8.39%), HMG글로벌(5%)이 그 뒤를 잇는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실패하더라도 해당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분쟁의 경우도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이라며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새로운 분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