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비번 풀어줬다”는 박은정...제출한 건 ‘깡통폰’?

유종헌 기자 2024. 3. 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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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던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최근 조국혁신당 비례 1번에 배치되면서 법조계에선 그가 과거 라디오, 소셜 미디어 등에서 했던 발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 후보는 자신이 수사받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줬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휴대폰 비밀번호 비협조 논란’을 비판했는데, 실제로는 박 후보가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가 ‘찍어내기 감찰’ 이후 교체한 이른바 ‘깡통폰’이었기 때문이다.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7호·8호 인재 영입식에서 소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친(親) 민주당 성향 한 유튜브 채널에는 박 후보가 2022년 10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모습이 쇼츠로 가공돼 올라왔다. 현직 검사 신분이었던 박 후보는 당시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2022년 8월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었다. 쇼츠 영상 속 박 후보는 “휴대폰 제출 임의로 하셨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검찰이) 압수를 했고 비밀번호도 당연히 협조 드렸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당연히’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자 박 전 부장검사는 “감찰 과정이 모두 적법했고 아무리 보셔도 특별히 제가 잘못한 게 없다”면서 “제가 대한민국 검사이고, 제가 휴대전화 압수해 수사하면서 저는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 안 주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협조했다”고 했다. 지난달 말 올라온 이 영상은 조회수 8만회를 기록했고, “한동훈과 다르다” “이것이 대한민국 검사의 품격” 등 댓글이 달렸다.

박 후보는 앞서 페이스북을 개설한 직후인 2022년 9월 글에서도 “저는 지난 8월 29일 휴대폰을 압수당할 때 ‘비번을 풀어서’ 담담히 협조했다”며 “대한민국 검사로서, 부끄럼 없이 당당히 직무에 임했기 때문에 굳이 비번을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이 ‘채널A 사건’으로 수사받으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지적이 당시에도 나왔다.

박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뒤인 최근에는 한 위원장을 향한 비판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저는) 성실하게는 수사를 받았고 휴대폰 번호도 풀고 압수수색도 받았음에도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해임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면서 “(반면) 한동훈 전 검사장은 휴대폰 비번을 모두 풀지 않았고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검사로서, 공직자로서 협조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영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에 따르면 박 후보자가 2022년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는 ‘찍어내기 감찰’ 논란 뒤 교체한 새 휴대전화였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기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고, 새 휴대전화에서도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박 후보가 받던 혐의는 2020년 10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한동훈 검사장 감찰 명목으로 확보한 자료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찰 중인 법무부 감찰위에 무단 제공했다는 것이다.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2020년 12월 박 후보와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박 후보와 심 전 국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해둔 사람의 카카오톡에 두 사람의 아이디가 ‘새로운 친구’로 나타난 것이다. 원래 카카오톡을 사용하던 상대방이 ‘새로운 친구’ 목록에 나타나는 경우는 기존 계정을 탈퇴하고 재가입했을 때다. 같은 날 박 후보가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주변인들에게 가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연락처가 저장된 사람이 새로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를 다른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검찰이 박 후보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이로부터 1년 10개월이 지난 2022년 8월이다. 당시 검찰은 박 후보의 휴대전화에서 별다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압수수색 한참 전 휴대전화를 교체한 만큼 2020년 자료는 남아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박 후보가 ‘찍어내기 감찰’ 관련 자료가 남아있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어도 비밀번호를 제공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박 후보의 찍어내기 감찰 의혹 관련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다. 공수처는 박 후보의 직권남용 혐의를, 서울중앙지검은 개인정보보호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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