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치는 계기 될 것" 이강인 90도 사과→논란 끝낼 때 됐다...남은 건 경기장 위 증명뿐[오!쎈 서울]
[OSEN=서울, 고성환 기자] "우리가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은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과 선수들은 받아들였다. 이제는 경기장 위에서 증명할 일만 남았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친다.
현재 한국은 2전 2승(승점 6)으로 조 1위에 올라 있다. 태국은 싱가포르를 잡았지만, 중국에 패하며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다. 중국과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에서 앞서고 있다.
대표팀은 경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강인을 포함해 23인 완전체로 소화하는 첫 번째 훈련이다. 이강인은 전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느라 19일 진행된 비공개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훈련을 앞두고 무리에서 빠져나와 따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주장 손흥민과 충돌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심경을 밝혔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
미소와 함께 나타난 이강인은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먼저 이렇게 기회를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고개 숙였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강인은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기간인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한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사과를 마친 이강인은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또한 그간 갖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한 차례 웃은 뒤 코치와 함께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그는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만큼 따로 빠져나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우려와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
손흥민도 갈등 봉합에 나섰다. 그는 이미 지난달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강인과 화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직접 날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했고,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흥민은 이강인과 나란히 서서 밝게 웃는 사진을 올리며 "나도 어릴 적에는 많은 실수를 했다. 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나를 포함한 대표팀 선배와 주장 모두가 더 좋은 사람,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살펴 주겠다"라며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이강인을 감싸안았다. 그는 "강인 선수와는 영국에서도 따로 만났다. 어제도 선수들과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또 강인이가 모든 선수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뭘 잘못했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도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은 "강인 선수는 먼저 영국까지 날아와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줬다.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를 보여줘서 한 팀원으로서 뿌듯하다"라며 "모두가 실수를 하고, 그를 통해 많이 배운다. 강인 선수도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더 단단해지고,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길 바란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훈련 분위기 역시 화기애애했다. 후련한 미소를 지은 이강인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웃음꽃을 피우며 우려를 잠재웠다. 다소 무거웠던 앞선 18일 공개 훈련과 비교하면 다들 상당히 밝아진 얼굴이었다.
이강인을 제외한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공 돌리기를 진행했다. 실수가 나올 때면 큰 웃음과 장난 섞인 질책이 오갔다. 손흥민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크게 울려퍼지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오른쪽 손가락에 테이프를 두른 모습이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훈련을 소화했다.
이강인이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사과하며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이강인이) 사과하는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받아줬나 싶지 않다. 우리가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생긴 것 같다. 걱정만큼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KFA 관계자 역시 "이강인이 어제 선수들과 미팅도 하고 먼저 가서 인사도 했다. 아직 조금은 어색하긴 하다. 원래 하루이틀 짧게 대표팀에 오면 어색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건도 있었으니 더 어색했을 것이다.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제는 정말 논란을 마무리 지을 때다. 이강인은 여러 차례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고, 당사자인 손흥민도 모두에게 용서를 부탁했다. 다른 대표팀 선수들 역시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나머지는 팀 내에서 풀고 넘어갈 일이다.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고 이강인에게 책임을 묻는 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강인 개인을 위해서라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도 관용이 필요하다. 손흥민이 언급한 대로 사건이 계속 언급되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불편과 아픔을 줄 수 있다.
물론 아직 한 가지 과제가 남았다.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불신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황선홍 감독의 말대로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빠르게 풀고 넘어갈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원팀 정신'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하나 된 모습이 중요하다. 동료들이 이강인과 여러 가지를 합심해서 풀어내고, 더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게 화합이 중요하다. 운동장 안에서 그런 모습이 나와야 한다. 내일이 그날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모두의 바람대로 이번 태국전이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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