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 운동" "의사 총파업" 차기 의협 회장 후보들 '거친 말'
정부가 전날 서울 외 수도권·비수도권에 의대 정원 배분을 완료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거센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르면 22일 결정될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대부분 의대 증원 반대를 천명해 온 가운데 투표가 마무리되면 차기 집행부와 비대위가 연대해 본격적인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오늘부터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며 "제가 의사들의 의지를 모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서려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21일 자신의 SNS에 "어제 말한 '정권 퇴진 운동'이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되기 위해서는 제가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어야 한다"며 "의료정책을 포퓰리즘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고 언론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정권은 타도되는 게 정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역시 주 위원장과 같은 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의대 증원 정책을 "총선을 앞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조사 후 취재진과 만난 박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했다는 비보를 접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자 이를 덮기 위해 졸속으로 준비한 안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 3개월 정지 처분을 통보받은 그는 이어진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면허 정지 처분은 우리의 투쟁 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이라며 앞으로의 강경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협 회장 후보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 배분안 발표 당일 "우리 14만 의사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정부의 파시스트적 횡포에 대항하여 싸울 것"이라며 "정부를 '저격'했다. 그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의사 숫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시작은 후배 전공의들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모든 의사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임 회장은 지난 19일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3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마친 후 "의협 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말하는 등 거친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전 국회의원으로 역시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인숙 대외협력위원장 역시 꾸준히 의대 증원 반대를 외쳐왔다. 박 위원장은 회장 투표 시작 전날인 19일 "현 정부와 같은 비민주적, 폭압을 일삼는 정권과 싸우려면 감옥에 갈 각오도 가져야 한다"며 "산전수전 다 겪은, 두려움 없는 저를 선택해 달라"고 발언했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는 투표는 22일 오후 6시 마감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투표 직후 이를 발표하고 그렇지 않으면 25~26일 양일간 결선투표를 벌여 역시 당일 저녁 당선자를 공고한다. 신임 회장은 향후 3년간 의협을 이끌게 된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의료계의 투쟁 활동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총 다섯명의 후보 중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건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뿐인데 지지기반이 약해 당선 확률이 낮다. 의과대학별로 증원 인력 배분이 확정된 상황에 차기 의협회장의 협상력이 정부와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전환할 수도 있지만, 당선이 유력한 후보 모두가 강경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라 되려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김강현 의협 비대위 대변인은 "정부와의 협상에 있어 새로운 신임 회장이 당선된다면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사 총파업 등은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회장 선거 이후 신임 회장과 비대위원장, 여러 임원과 회원이 함께 논의하면 어떨까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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