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HDC현산과 2500억 계약금 소송 2심 승소…법원 “계약해지는 현대산업 책임”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2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판사 김인겸·이양희·김규동)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선행조건이 충족됐음에도 현대산업개발 등이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구하면서 이행을 거절했다”며 “현대산업개발 등의 거래종결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계약 해제는 적법하고 계약금은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했다.

인수 무산의 책임은 현대산업개발측에 있으며 사전에 지급한 2500억원도 계약 무산에 따른 위약벌이기 때문에 반환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위약벌은 계약 시 합의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손해배상 성격의 위약금과 구분되기 때문에 위약벌과 별도로 손해배상 제기도 가능하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해 12월 현대산업개발은 20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490억원 상당의 계약금도 납입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2020년 4월 인수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2019년 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증했고, 2020년 인수자측 동의 없이 1조 7000억원 규모 신규 차입을 결정했다는 이유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증가는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며 차입 결정 또한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이 지연되자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9월 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500억원 계약금에 대한 소유권도 아시아나항공에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부채 규모의 급증은 회계정책 내지 회계추정 변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기준재무제표와 관련해 진술 및 보장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계약금 반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동일하게 판결했다. 현대산업개발에 항소심에서 새롭게 주장한 운영상 중대한 변화도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봤다.

또 2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여객운송 비중 대폭 축소, 화물운송 비중 확대, 여객운송 인력 감축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통상적인 운영으로 볼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및 영업상태가 크게 악화된 것은 맞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천재지변으로 (계약을 해지할)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