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해킹으로 핵 개발 재원 40% 충당”
북-러 무기거래 정황도…“제재위반” 결론 못 내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20일(현지시각)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할 무기를 지속해서 수출하고 있다는 정황을 상세하게 담은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해 탈취한 자금으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했다는 평가도 담았다.
지난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상황을 담은 615쪽의 이번 연례 보고서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앙가라호, 마리아호 등 4척의 러시아 선박이 지난해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을 꾸준히 오갔고, 이 물자들이 철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러시아 도시로 운송되었음을 보여준다. 패널은 “위성사진이 컨테이너 속 화물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면서도 컨테이너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탄약고로 이송된 것으로 보인다는 회원국 보고가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러시아 공격에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서방 언론 보도를 보고서에 인용했다. 한 러시아 장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북한산 탄약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실이 있다는 회원국 보고 내용도 전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제재를 위반하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및 군수풍 공급에 대한 회원국들의 제보를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런 사례들이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부인하고 있고, 이 전문가 패널에도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중이고, 복잡하고 다양한 제재 회피 수단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수입하고, 석탄을 비롯한 금수품 수출을 지속하고 있으며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한 자금 조달, 악성 사이버활동을 통한 자금탈취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기간 급감했던 북한의 교역은 지난해 들어 증가했다. 보고서는 국제무역센터(ITC) 통계를 토대로 2023년 1∼3분기 교역량이 2022년도 전체 교역량을 넘어섰으며, 특히 작년 3분기에는 2019년 3분기의 76% 수준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이 통계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석유 거래 등은 제외된 수치다. 작년 1∼3분기 기준 대 중국 교역이 전체의 98%로 사실상 전부를 차지했으나 러시아와의 교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패널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수입이 금지된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고 명품가방을 든 장면이 빈번히 포착되고 있다는 점을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며 관련 의혹에 관한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급 차량인 마이바흐를 타는 모습,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을 보여준다.
패널은 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인 해외 파견 노동자와 악의적 사이버 활동 등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며 불법 활동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개인 1명과 6개 단체를 안보리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 탈취로 전체 외화 수입의 50%를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이 해킹 등으로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가 약 7억5,000만 달러(17건·약 1조2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패널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단체인 스카크루프트, 김수키, 안다리엘, 라자루스그룹, 블루노로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줄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방산업체와 공급망을 표적으로 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지난해 8∼9월 북한 해킹 조직이 한국 조선사를 대상으로 해킹공격을 시도한 것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약 10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40여개국에서 식당 종업원이나 재봉, 건설, 의료, 정보기술(IT)분야에 종사 중이며, 이들의 수입을 종합하면 IT 이외 분야 노동자는 연간 약 5억 달러의 수입을, IT 분야 노동자는 연간 약 2억5천만∼6억 달러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다. 패널은 또 북한이 중국, 러시아, 라오스 등 최소 5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이를 북한에 송금할 자금을 세탁할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회원국 보고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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