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 의사의 눈으로 본 '그리스·로마 신화' ⑨신화가 뿌리인 '아킬레스건'
전 세계 작가와 예술가, 철학가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랜 세월을 이어오며 현대 문명에까지 다양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리스·로마 신화'에 얽힌 다양한 의학 이야기의 세계,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유수연 교수와 떠나보시죠.
[이동훈 MC]
신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의학용어들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번 단어는 다들 아시는, 치명적인 약점을 일컬을 때 쓰는 단어 아킬레스건, 이것도 거기에서 어원을 찾을 수가 있나요?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아킬레스건이 어느 순간 약점, 뭔가 치명적 약점이라는 걸로 관용어처럼 쓰여서 거의 한 단어처럼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아킬레우스와 인대를 합한 말이 되겠습니다.
아킬레스건의 어원은 아킬레우스라고 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굉장히 유명한 영웅의 이름에서 왔는데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가 트로이 전쟁이거든요. 정말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하고 거의 후반부 얘기인데, 거기서 트로이와 그리스가 싸울 때 그리스 측에 있던 굉장히 유명한 영웅, 용장 중의 한 명입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는 아주 유명한 장군 중의 하나인데, 이 사람은 사실 인간인 아버지와 바다의 여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테티스라는 여신의 아들이기도 한데, 이 여신이 남편을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 했대요. 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너무 예뻐했대요. 어쨌든 내 아들은 너무 귀하니까 다치지도 않고 항상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겠죠. 그래서 그러면 불로불사, 그러니까 '내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야지' 생각을 한 겁니다.
그래서 아들이 태어나서 아기일 때, 저기 보면 강에 뭔가 아이를 거꾸로 담그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저기가 스틱스강이라고 신화 속 저승의 경계에 있는 강인데, 저기는 신들이 맹세를 할 때 쓰는 강이기도 하고 저기에 몸을 담그게 되면 약간 불사의 몸을 갖는다,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들 좋은 것만 해줘야지 하고 엄마가 참 좋은 마음으로 아이를 담근 거죠, 불사의 힘을 얻게 하려고. 그런데 담글 때 하필이면 사실 저희는 좀 이렇게 바꿔 잡아가면서 담그면 될 것 같은데 한 번밖에 못 담그나 봐요. 그래서 발뒤꿈치를 잡고 담갔는데 발뒤꿈치만 물이 닿지 않아서 약점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발뒤꿈치를 안 다치게 조심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 뒤꿈치가 약점이어서 거기에 화살을 맞고 결국에는 그 트로이 전쟁 속에서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위대한 영웅을 죽게 만든 약점이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고 발뒤꿈치에 있는 인대, 근치에 그 이름이 붙게 되고 요즘에는 아주 큰 약점 이런 의미의 관용어로 쓰이게 된 거죠.
그래서 그럼 아킬레스건은 어디 있느냐, 신화 속 이야기처럼 발뒤꿈치에 있습니다. 발 뒤꿈치뼈와 종아리 근육 사이를 연결하는 아주 강한 인대인데요. 발을 내디딜 때, 저희가 발을 구르거나 달리거나 할 때 쓰는 아주 중요한 인대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걷고 뛰고 달리는 데 너무 중요하고 아주 강력한 인대입니다. 굉장히 튼튼한 인대인데 사용량이 많죠. 저희는 계속 걷고 달리고 뛰고 끊임없이 이동하니까요. 그래서 손상이 자주 일어나는 인대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보게 되면 운동선수들 아킬레스건 파열, 염증 이런 뉴스 날 때도 있잖아요, 스포츠 뉴스에. 그럴 때 많이 언급이 되고요.
그런 염증이나 파열로 정형외과를 주로 방문해서 치료를 받거나 저희가 처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거나 파열되면 통증도 심하고 걷거나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하니까, 사실은 그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주로 하는 일이 농사짓고 아니면 전쟁 나가고 이런 건데 그런 일을 할 때 굉장히 자기 몫을 못 하게 되는 거죠, 아킬레스건이 다치게 되면. 그래서 아마 사회적으로 아킬레스건을 못 쓰게 되면 거의 자기 몫을 못 하게 되니까 굉장히 또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구성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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