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730만원 재개발' 노량진1구역, 공사비 올리라는 동작구청
22일 수의계약 우협 선정…포스코이앤씨 유력
구청도, 비대위도 "경쟁입찰 해야"
서울 동작구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노량진1구역 조합)이 인허가권자인 동작구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합 집행부에 맞서는 조합정상화위원회(조정위)와 반목이 심한 상황에서 관할 지자체와도 갈등을 빚는 것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1년이 지난 노량진1구역은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
노량진1구역 재개발은 최고 33층, 28개동, 2992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총 공사비가 1조926억원에 달한다. 1구역은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 사이에 위치한 노른자 입지다. 뉴타운 8개 구역 중 면적도 가장 크다. 그러나 이 뉴타운 내에서 아직 시공사를 정하지 못한 유일한 사업지다.
조합은 지난해 9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7개사 중 아무도 입찰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조합이 제시한 3.3㎡(평)당 공사비 730만원이 너무 낮다는 게 업계 평가였다.
같은 해 11월 2차 공고를 냈지만 올해 2월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하면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에도 고급(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관련기사: 노량진뉴타운 '노른자' 1구역, 누가 깃발 꽂나(2023년10월18일)
구청 "적정 공사비 반영해 재입찰" vs 조합 "구청 협의 따랐다"
동작구청은 최근 노량진1구역 조합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재검토하고 경쟁입찰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구청장이 공공지원자로서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비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구청은 지난달 23일 발신한 공문에서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소송에 대한 판결 및 조합설립변경인가 시까지 시공사 선정계획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량진1구역 조정위는 조합장 임기만료와 조합장 선출 총회에 대한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노른자인데 거북이' 노량진1구역, 올해는 달릴까(1월16일)
또 구청은 "수의계약 또는 재입찰 방법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조합원 분담금이 최소화되고, 향후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할 수 있긴 하지만,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반드시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작구청은 공사비 인상 필요성도 제기했다. 구청은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원자재, 인건비 상승으로 적정 공사비 반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공사 선정 후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예상됨에 따라 공사원가 산출 내역에 대한 자문 이행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구청 공문을 받은 조합은 닷새 후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달 28일 회신에서 "본건 소송은 소가 적법하지 않아 기각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시공사 선정계획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수의계약을 유지하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으며, 다수의 시공사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적정 공사비 반영 의견에 대해서는 구청과의 협의를 이미 충실히 따랐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 후 최초 시공사 선정 계획서(3.3㎡당 695만원, 총 1조400억원)를 구청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3차에 걸친 협의를 통해 공사비를 평(3.3㎡)당 730만원, 총 1조926억원으로 높여잡았다고도 덧붙였다.
"공공지원 절차 지켜라" 행정지도에도 시공사 선정 강행
다음날 공문을 보낸 구청은 "공공지원자 검토절차 이행에 철저를 기해주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청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결과를 예단하고, 시공사 선정절차의 정당성을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대의원회를 개최해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기로 하자 구청은 이달 12일 행정지도를 내렸다.
구청은 "시공사 선정 계획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 선정 계획안에 대해 대의원회 소집을 통지하기 전에 미리 공공지원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기준에 위배되며, 시공사 선정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공공지원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범위에서 조합에 처분의 취소·변경·정지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조합은 끝내 이달 15일 제35차 대의원회의를 열었고 시공사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공고를 냈다. 입찰하려는 건설사는 보증금 500억원을 마감일인 오는 22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업계에선 포스코이앤씨가 수의계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작구청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수의계약 외 경쟁입찰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조합이 수의계약을 추진하겠다고 해 구청은 동의해 준 상태"라며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노량진1구역이 대규모 부지인 만큼 향후 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경쟁입찰이 낫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적정 공사비 검증과 관련해서는 "마찬가지로 조합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공사비 검증은 지금 하느냐, 나중에 하느냐의 문제다. 사전에 검증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는 게 주민 반발 없이 더 빠르게 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의 입찰조건을 유지하려는 조합과 달리 조정위는 경쟁입찰을 위해 조건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음달 6일 조합원 설명회를 열어 입찰조건 변경 시나리오를 제시할 계획이다. 조정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일부 건설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정위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해야 건설사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경쟁입찰이 조합원에게 유리하다"며 "지정마감재, 분리발주 등 일부 조건을 개선하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 없이도 평당 830만원 공사비를 내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조정위 안에 대한 질문에 조합 측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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