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동묘지서 전처 부모 무덤 ‘파묘’한 60대… 들키자 “보관한 것”

제주지방법원 법정. /뉴스1

제주에서 60대 남성이 새벽 시간대 전처 부모의 묘를 허락 없이 파헤치고, 유골을 다른 곳에 묻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남성이 재산 분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실형을 구형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전용수 부장판사)은 20일 분묘발굴유골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5)씨에 대한 첫 공판 겸 결심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3일 새벽 4시쯤 제주시 해안동 소재 전처 B씨의 가족 공동묘지에 들어가 B씨의 허락 없이 B씨 부모의 묘를 파헤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유골 2구를 꺼낸 뒤 미리 준비해 간 관에 옮겨 담았고, 약 6㎞ 거리에 있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모처에 그 관을 땅에 파묻은 혐의도 있다.

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일주일 만인 지난 2월 10일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평소 전처에게 ‘파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좋은 곳으로 이장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유골을 묻은 위치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으로 자신의 행적을 파악하자, 그제야 B씨 부모 유골을 파묻은 곳을 실토했다.

검찰은 A씨가 재산분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은 파묘 사실은 인정하면서 “유골을 숨긴 게 아니라 잠시 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난 죄인”이라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돌아가신 분께 큰 죄를 지어 전처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고 말했다.

파묘된 유골 2구는 실제 B씨 부모가 맞는지 DNA 감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