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잠사' 추자현 "인생에 멜로는 '동상이몽2' 뿐인 줄 알았는데"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추자현이 첫 한국 멜로에 도전했다. 사랑을 믿지 않았던 여자의 사랑 연기다.
20일 개봉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연출 장윤현·제작 로그라인스튜디오, 이하 '당잠사')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추자현은 '당신이 잠든 사이'를 통해 15년 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중국 활동을 되게 오래 했다. 중국에선 거의 다 멜로 작품을 했는데, 본의 아니게 이전에 한국에서 활동할 땐 캐릭터가 좀 세고, 개성 있는 것 위주로 하다 보니까 멜로를 해본 적이 없었다"며 "유일한 멜로는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멜로 장르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었다. 나이를 더 먹으면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침 그 타이밍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다"고 전했다.
특히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저예산 영화이자 팬데믹 당시 촉박한 일정으로 촬영됐다. 추자현은 "촬영 기간은 한 달이었다. 한 달에서 일주일 조금 안 된다. 예산도 예산인데 감독님의 인맥과 스태프들의 열정이 있었다. 다들 많이 양보했다. 다들 서로 많이 도와서 힘을 얻었다"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타이트하게 촬영했던 이유는 영화가 준비하는 과정이 좀 늦어졌었다. 근데 저와 이무생이 다음 작품이 결정돼 있어서 조금 더 타이트해진 것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미스터리 멜로 장르를 앞세웠다. 미스터리와 절절한 멜로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다.
다만 추자현은 "제가 미스터리에 꽂힌 것은 아니"라며 "제가 사고로 인해 선택적 기억 상실이 되지 않냐. 결혼을 해서 살고 있는 부부인데 제 기억은 예전에 풋풋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 풋풋한 감정의 느낌이 좋았다. 근데 지금이 너무 좋지만, (극 중) 현실을 받아들이고 멘털을 잡아야 하지 않냐. 관객들이 보실 때 재미적인 요소가 되도록 그건 배우들의 연기 몫이었다"고 연기 후일담을 전했다.
이와 함께 추자현은 "매 장면이 다 힘들었다. 연애를 시작했을 때 썸 타는 장면부터, 아파도 효현을 안 하는 부분, 덕희의 불우한 환경 등 매 장면을 연기하는데 저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감정몰입이 너무 힘들었다"며 "극 중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 상상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제가 덕희와 나이대도, 실제로 제 환경과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날 것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공감을 해야 하면서도 과해보이면 안 되고, 동시에 공감을 못 하면 안 되니까 그걸 현장에서 작업하는 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쉽지 않은 작업 속 추자현에게 위로가 된 것은 상대 배우 이무생이었다. 추자현은 "작품 만족도가 가장 큰 부분은 감독님과 상대 이무생이다. 제가 '부부의 세계'에서 이무생을 처음 봤는데, 김희애 선배 옆에서 다정다감하게 지켜보고, 바라만 보는 따뜻한 남자라는 존재감이 크게 다가오더라"며 "그 후에 다른 작품에서 팔색조처럼 확확 변하는 연기를 보면서 '저 배우 너무 좋은 것 같다. 나이대가 비슷하니까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무생을 떠올렸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추자현은 "이무생은 생각보다 굉장히 순둥순둥하다. 기본적으로 예의가 바르다. 근데 '서른, 아홉'이라는 작품에서 전미도와 불륜 같이 보이는 관계지만 절절한 사랑이 너무 공감되게 연기를 하더라"며 "그러면서 '이무생로랑'이라는 러블리한 이름이 붙지 않았냐. 저는 명품 중에 최고 명품인 'OO메스'라고 부르고 싶다. 이무생은 40대 중후반과 50대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기회가 되면 굉장히 센 캐릭터로 붙어서 연기 배틀을 해보고 싶다"고 웃음을 보였다.
한국에서 첫 멜로 연기를 선보인 추자현은 "사실 2, 30대 땐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땐 그저 연기를 잘하고 싶었고, 장르적인 작품에 더 집중했다"며 "제가 20대 후반까진 한국에서 활동하다 30대는 다 중국에서 보냈다. 거기선 장르적인 작품도 했지만, 멜로를 많이 했다. 30대 때 멜로 연기를 처음 하기 시작했는데 언어가 안 통하는 외국 배우들과도 몰입하니까 그 감정이 오더라. 그러면서 나중에 한국어로 멜로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제가 어느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중반이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한국에서 멜로 연기에 대한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사실 저는 사랑을 믿는 타입은 아니었다. 사람도 잘 믿지 못했다. 외로우니까 연애도 하고, 헤어짐도 있었지만 우효광을 만나서 사랑을 믿게 됐다"며 "이렇게 살아온 제가 뒤늦게 사랑을 믿게 된 이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다. 만약 '당신이 잠든 사이'가 단순히 연애로 끝나는 대본이었으면 그렇게 끌리지 않았을 것 같다. 근데 이미 결혼한 부부의 멜로라서 더 끌리더라"고 작품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추자현은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제 40대의 선물 같다. 사실 매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결과적인 욕심을 안 낼 순 없다. 이왕이면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영화가 입소문 나길 바랐다"며 "사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데뷔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뭔가 그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추자현은 "전문가분들이나 일반 관객분들이 제 연기와 작품에 대해서 호불호 평가를 내리실 순 있지만, 제가 크게 생각하는 건 '후회 없이 했느냐'다. 결과적으로 못했어도 '열심히는 했냐'에 초점을 많이 둔다"며 "노력을 안 했으면 그게 저를 못 견디게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 역시 저희가 열정으로 찍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단 제가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이 작품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자현은 "저는 또 보완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겠다.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제 연기 인생이 쭉 연결돼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제 40대 초반에 선물 같은 저의 멜로"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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